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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구중궁궐 여인들>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역사를 훑어보면 과학, 문학,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수많은 여성 인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 못지않게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인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바로 구중궁궐 안에서 황제를 쥐고 흔들었던 여인들이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유익했다. 우선 중국의 역사와 관련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중국의 예술작품이나 사진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본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용어들을 본문 돋보기라는 코너에서 따로 설명하였는데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던 참고서 같은 느낌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심화학습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 숨겨진 비화라는 코너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책을 읽다보니 얼마 전에 읽은 <조선임금잔혹사>가 떠올랐다. 조선의 임금이나 구중궁궐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던 중국의 여인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잔혹한 삶을 살던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다만 이 책에서는 <조선임금잔혹사>와는 달리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성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정말 놀랐던 부분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친자식마저 죽일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황후를 몰아내기 위해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죽여 그 죄를 황후에게 뒤집어씌우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친아들인 태자 이홍을 독살한 무측천(우리에게는 측천무후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지만)을 보면서 도대체 권력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혹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측천 뿐만이 아니다. 잔혹함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한 고조의 황후였던 여후가 황제의 총애를 뺏어간 척부인에게 행한 복수는 실로 인간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 이들뿐이던가? 자신은 낳을 수 없는 아이를 낳은 궁녀를 모함해 아이와 궁녀를 모두 죽인 조씨 자매나 임신한 여인에게 억지로 낙태약을 먹인 만귀비의 만행은 또 어떠한가?
황후라는 자리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너무나 외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외삼촌인 혜제와 결혼하여 처녀로 생을 마감한 장 황후의 경우나 예법에 얽매여 황제와의 사랑조차 나누지 못한 채 쓸쓸한 삶을 살아야 했던 황후들도 많았다. 또한 ‘곽애’처럼 순장의 풍습에 따라 황제와 함께 묻힌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보며 인간의 탐욕에 소름끼치도록 무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인간의 욕심과 탐욕은 결코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그 누군가는 이들처럼 결코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본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