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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사실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움도
덜하다. 하지만 폐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엄마는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다 되어가는 데에도 여전히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움이 사무친다.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툭하면 짜증을 내고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 나가고,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엄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기에 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만약 천국에서 엄마의 전화가 나에게 걸려온다면? 한편으로는 너무 가슴 벅차고, 기대되고,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되어서 어리벙벙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화만으로는 아쉬움이 더욱 커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지 않나? 서 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아 있다 보면 눕고 싶어지는. 아마 처음에는 천국에서 온 전화를
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겠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보고 싶어서, 바로 내 눈으로
보고 싶어서 더 가슴 아파질지도 모르겠다.
<모리의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이 쓴 <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어느 날 콜드워터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 혹은 그녀의 가족이다. 하지만 그 가족은 이미 그들의 곁을 영원히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천국에서 전화를 건다고 말하며 이 땅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로한다. 그러다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콜드워터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천국에서
걸려온 기적 같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내보인다. 한편 이를 누군가의 악의적인 장난이라
생가하며 아들이 헛된 희망을 품을까봐 걱정에 잠긴 설리는 이 일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기적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동일한 핸드폰을 사기도 하고, 기적이
일어난 집 근처의 집을 사거나 그 집 앞에서 기도를 하는 등 헤어진 가족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엉뚱한 결과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한편으론
평안함과 사랑이 넘치는 천국 이야기에 현재의 삶을 놓아버리는 사건도 발생한다. 이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정말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시간이 지나도 문득 문득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그런 아픔을 우리의 마음에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천국에 같이 있는 듯한 우리의 따뜻한 기억 속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