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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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성당을 보면 참 멋진 건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왠지 일반적인 건물과는 다른 모습을 가진 성당에는 알게 모르게 내 마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종교의 힘인 듯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건물이 내뿜는 마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성당과 관련된 제목의 작품이라 처음에는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일곱 성당 이야기>는 일종의 고딕 스릴러물이다. 또한 건물에 손을 대면 과거의 사건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K라고 불리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이 부분을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왜 사람이 아니라 건물을 읽는다는 설정을 했을까라는 점이었다. 작가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이런 설정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은 언제나 변한다. 철저하게 급진적인 사람도 어느 순간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변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또한 사람은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 중세 도시를 현대에 되살리려는 근본주의자 그뮌드도 과연 K에게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였을까? 이런 점에서 보면 건물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비록 조금씩 조금씩 세월의 흔적을 남기긴 하지만 옛 모습 그대로이다. 외형과 내면이 다르지 않다. 결국 인간만큼 알기 어려운 존재도 없다는 의미에서 사람 대신 건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내세운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며 체코 프라하의 모습과 성당의 모습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거꾸로 매달린 채 머리로 거대한 종을 치고 있는 남자의 모습, 고급 호텔의 깃대에 꽂아 놓은 시체의 다리, 신체 복부에 스케이트보드 반쪽이 박혀 있는 장면 등 잔인하고 섬뜩한 묘사에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소름 끼치는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고딕 소설이라는 분류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또한 베일에 가려진 음모나 범인 추적 등 독자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할만한 요소들이 많이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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