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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철학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행복론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책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모든 작품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겠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작가 자신의 쾌락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후자였다. 많은 부분에서 작가의 말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다. 본능(쾌락, 섹스 등)에 충실에 하라는 말은 일켠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 본능이라는 부분이 섹스나 쾌락에 한정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자신의 본성이 말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우리가 배운 도덕이나 윤리에 맞춰 행동한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배운 도덕이나 윤리가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질타한다. 나 역시 그 말에 동감한다. 때로는 도덕이나 윤리라는 겉옷을 걸치고 속으로 곪아 들어가는 수많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과감 없이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자신에게도, 또한 이웃이나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다른 생각들은 나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지구본의 한 면만을 보면서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 생각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친구에 관한 생각에서 K라는 친구의 배신을 사례(p.176)로 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되는 경험을 갖고 있다. 작가가 K라는 친구에게 쏟아 부었던 애정과 사랑을 나는 다른 친구에게서 받았고 그런 경험이 우리의 우정과 사랑을 돈독히 하여 수십 년간 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작가는 가족조차 믿거나 의지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세상은 결국 스스로 결정해서 홀로 살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살아온 나에게 작은 아버지네 식구들의 헌신과 보살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작가는 가족이나 친구가 자기 입맛에 모두 딱 들어맞아야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나하고는 참으로 다른 듯했다. 섹스 자체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울 수 있었지만 관계에 대한 생각이나 단편적인 종교관은 오히려 상처 입은 자의 자기변명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이것이 옳다 저것이 틀렸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열고 다양한 생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에게 더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