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 낭만주의 시대를 물들인 프리마돈나의 사랑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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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로티카의 희귀한 보석이자 성애문학의 걸작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상당히 궁금했어요. 성애문학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더 그랬어요. 개인적인 성향 탓인지, 문화적 혹은 교육적 인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성이라는 것 자체를 가려야하는 무언가로 생각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성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니에요.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이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죠. 다만 제가 자라온 시대적, 가정적 환경에서는 성이라는 건 분명 쉽게 얘기할만한 이야깃거리는 아니었어요. 무언가 은밀해야만 하는 무언가로 생각했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있지만 요즘은 제가 자라던 시절과는 달리 아주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이야기나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또 다른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지요.

이 책은 19세기초 독일의 오페라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한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가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에 발간되었다고 하는데 처음에 발간될 때 책 제목은 <독일 여가수의 회상>이었다고 하네요. 저자가 확실하게 그녀라고 말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독일어판 편집자는 이 책이 그녀의 회상록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요.

사랑에 눈을 뜨고, 사랑에 물들었다는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그녀의 삶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요. 어린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부모님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고백은 지금 읽어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의 개인적인 은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남긴다는 게 지금이나 그때나 쉽지 않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다가온 건 그녀의 고백처럼 솔직한 대화는 심리적으로 유익하고 세상과 상대방을 보는 눈과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사실이에요. 무언가를 숨기고 감춘 채 겉모습만 보고 누군가를 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성의 문제이든, 도덕의 문제이든, 사상의 문제이든 다 그런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또한 딸아이의 엄마로서 앞으로의 세상이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그것이 성의 문제이든, 평등의 문제이든, 표현의 문제이든 말이죠. 시대 앞에 당당했던 저자처럼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그런 세상을 지금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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