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증조할머니,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두 분 모두 저와는 너무나 다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 남성과 여성에 대한 생각이 아주 달랐어요.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하고,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들이지만 어린 나이에 자꾸 듣다보니 정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수잔 영의 <깨어난 장미 인형들>은 그런 얘기를 담고 있어요. 남성 위주의 고정된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환경과 이를 깨닫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서서히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죠. 1부 첫 장명에서부터 그려진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의 모습은 요즘 세상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여전히 그런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죠. 남성 교수의 말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바로 그 말에 복종하는 필로미나의 모습도, 아이의 피부를 언급하는 교수의 모습도 너무 놀라울 뿐이죠. 그러다 밸런타인이 말하는 장미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방향성을 살짝 보여주는 장면에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어요.


“있잖아, 꽃들은 살아 있어.....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게 장미의 전부는 아냐”(p.017)


학교의 최정예라고 불리는 필로미나와 친구들은 순종을 강요받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제한적인 식사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던 어느 날 필로미나는 잭슨과의 만남으로 학교에 대한 의문이 생긴 후 사라진 친구 레논로즈의 매트리스 밑에서 찾은 ‘가장 날카로운 가시들’이라는 시가 도화선이 되어 그녀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필로미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진실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서서히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서로 다른 인격과 능력과 생각을 가진 존재들이죠. 정해진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관계도 아니고, 정해진 틀에 넣고 재단해야 하는 존재들은 더더욱 아니에요. 앞으로의 세상은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곳이 되기를 한 명의 여성으로서, 또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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