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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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오직 100 단어만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자신의 의지로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쉬운 삶은 아닐 거에요. 또한 그런 사회가 오직 여성들에게 강압적인 수단을 통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더욱 그렇겠죠.


‘순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말도 안 되는 억압이 이루어지는 이런 사회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수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회에서 침묵한 채 그저 조용히 지내야만 할까요? 아니면 그 모든 억압을 거부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까요?


너무도 당연한 답을 얻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기에 이런 질문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자들의 문제로 다가서면 다른 모습이 나오지 않나 싶어서요.


인류의 절반인 여성, 자신의 피를 나눈 딸의 문제라면 누구나 강력하게 저항하고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하지만 자신과 관계가 적은 소수자의 문제라면 어쩌면 우린 너무나 쉽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정책 혹은 억압에 눈을 돌린 채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설 곳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요.. 가장 가슴에 깊이 다가온 말은 이런 말이었어요.


“작게 시작하면 돼, 지니.”

“일부 집회에 참석해서 전단을 나눠주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야. 너 혼자 세상을 바꿀 필요는 없어.”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목소리 높여 자신의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어야겠지만 전단을 나눠주고, 이슈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작은 일로도 충분하다는 이 구절이 너무나 강하게 다가왔어요. 그런 일조차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럽기도 했고요.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구속하려는 생각 그 자체가 너무나 말도 안 되지만 알게 모르게 그런 일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죠. 이제는 이런 부조리한 또한 정의롭지 못한 일들을 위해 작지만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일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요.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지만 깊이 생각할 거리에 더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적지 않아서 읽는 재미도 상당한 소설이에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하게 진행된 시기도 어느덧 조금씩 끝나가는 시점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기도 하고요. 모든 분들이 놓치지 말고 꼭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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