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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는가 하면 가족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세대도 이제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아웅다웅하며 살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일인 가족 시대가 추세인 세대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시대가 바뀌어 가족의 의미도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족은 누군가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이지요. 가장 힘들 때, 가장 기쁠 때, 가장 어려울 때, 가장 행복할 때 생각나는 게 가족이니까요. 그렇게 가족의 의미는 모두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지요.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의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으면 잠시 동안일지 몰라도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요. 한 가족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런 가족들의 삶도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돌아보면 행복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행복보다는 불행한 일들이 더 많아보일지도 모르지요. 빅 엔젤의 가족들처럼 말이에요.
빅 엔젤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70세 노인이에요. 자신의 죽음을 눈앞에 둔 그에게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생일이 다가오죠. 모든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보내고 싶었던 빅 엔젤은 여기 저기 흩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죠. 결국 빅 엔젤은 이러 저리 궁리 끝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늦추기로 하죠.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들이 많아요. 멕시코 사람들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죽음을 앞둔 그이기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늦춘다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고요.
이러저러한 사연들을 가진 빅 엔젤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참 쉽지 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런 가족이 있었기에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시간들을 그렇게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힘은 죽음보다 더 크다는 걸, 그래서 죽음은 결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무거운 주제를 너무나 가볍게(?) 다룬 이야기이기에 여운이 더욱 더 깊게 남네요. 한 동안 돌아가신 아빠, 엄마 생각도 많이 날 것 같고, 지금 함께 한 남편이랑 아이 생각도 계속하게 될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에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누린 행복에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을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