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나 수필 혹은 희곡과는 달리 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문학 장르에요. 몇 줄 안 되는 분량에 시인의 세상, 시인의 생각, 인간의 본성, 삶의 본질 등을 압축해 놓다보니 한 편의 시를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한 권의 철학책을 읽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어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김현균 교수님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읽었어요. 평소 어렵다고 느끼는 시, 그것도 너무나 생소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관한 책을 읽은 이유는 서가명강 시리즈라는 이유도 있지만 제목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에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책 제목에서 어둠을 뚫을 만큼 시가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고 지금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어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꼭 읽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이 책이 좋았던 건 저처럼 시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학문의 분류와 주요 키워드를 본문에 앞서 실었다는 점이에요. 간단하지만 책을 읽는 데 꽤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그냥 넘기지 마시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자는 이 책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시인 4명을 소개해요.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이들의 삶과 시와 사상을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기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게다가 묻고 답하기를 통해 시가 무엇인지, 이들의 문학사적 위상은 어떤지, 우리나라 시인들과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는 지 등을 알려주기에 시와 시인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요.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각 장 처음에 시인을 소개한 글을 보고 마음 가는 대로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첫 장을 읽은 후 니카노르 파라에 관한 내용을 먼저 읽었어요. 뭔가 강렬하면서도 틀을 벗어난 듯한 소개에 그가 어떤 시인일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그가 쓴 한 편의 시로 어떤 시인일지 한 번 느껴보세요.


대체 언제까지

계속 들볶아댈 것인가

난 우파도 좌파도 아니야

그저 모든 것을 깨부술 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생각했던 시의 이미지와 너무나 달랐거든요. 그래서 더욱 강하게 마음속에 남았지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소개한 이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세상에 알린 것처럼 우리 문학을 세상에 알릴 시인들은 누구일지... 그들이 우리 문학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라틴 아메리카인들이 시인들을 사랑했듯이 우리도 그렇게 먼저 우리 나라 시인들을 사랑해야겠죠. 우리의 삶을 담아낸 그들의 이야기들과 함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