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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시체,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는 몇몇 단어 중의 하나에요. 죽음이라는 혹은 시체라는 말이 제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단어라는 생각에서도 그렇고 한편으로는 이 단어들이 제게는 너무 무섭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죽음을 일상에서 매일 접하기도 하죠.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그렇기도 하고, 사건이나 사고로 죽은 이들을 접하는 경찰 공무원들이나 소방서 응급 요원들 또한 그렇죠. 이런 이들과 유사한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는 법의학자도 있어요.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다양한 죽음의 의미를 밝히는 법의학이지요.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후 현재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름만 듣고는 저자가 누군지 잘 몰랐는데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아~하, 이 분이었구나’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저자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강의에서 다룬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에요. 저자는 지난 16년간 법의학자로서 접했던 수많은 시신들을 통해 느꼈던 죽음의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가 설명하는 죽음의 모습들 중에는 정말 같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들도 있어요. 돈을 위해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남편의 이야기, 원하지 않던 아이의 죽음, 군대에서의 죽음, 부부 사이에 벌어진 폭행으로 인한 죽음 등 마음이 아프고 또 아픈 그런 죽음들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자살이라는 너무나 아픈 선택을 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특히 아들을 위해 부모가 목숨을 버린 이야기는 같은 부모로서 그런 상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던 이야기도 있었지요.
분명한 건 저자의 말처럼 그 누구도 죽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거에요. 그렇다면 그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픔과 고통과 두려움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죽음 역시 삶의 한 부분을 이루는 또 다른 과정이나 질서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신앙생활을 하는 제게 죽음은 또 다른 삶의 모습이에요.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지요. 누군가에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요? 죽음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 과정이 어떨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라지겠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