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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ㅣ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김재희 작가는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역사와 추리 분야를 버무려 너무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그 후에 나온 작가의 작품들을 꼭 찾아서 읽었어요. 016년 발표한 서정스릴러 《봄날의 바다》의 연장선에 있는 이 소설도 당연히 읽어야 할 1순위 소설이었지만 일로, 육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읽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읽기 시작해 하루 만에 다 읽었어요.
유진과 준기의 이야기. 준기의 매력에 빠진 유진의 모습. 당연히 이해가 가요. 준기 정도의 인물이라면 저라도 냉큼 달려가고 싶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점차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준기의 모습을 보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유진의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상담을 하시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가정폭력 혹은 데이트폭력의 희생자들이 그런 폭력적인 상황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해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능력도 있고, 모든 일에 당당할 것 같은 이들도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자신이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평상시에는 상대방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기 때문일까요?
유진과 준기, 각자에게 있는 아픔과 비밀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가요. 그러면서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 모든 일들은 누구의 잘못인지 등 다양한 화두를 독자에게 던져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폭력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해요. 아무리 변명해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그것이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