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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리고 저마다 다른 생각....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단편집 <개와 하모니카>의 띠지에 실린 글이에요. 참 가슴 깊숙한 곳까지 다가온 글이라 한 번 더 곱씹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하지만 저마다 각자의 생각에 빠진 사람들.
6편의 단편들에는 이런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있어요. 비행기+공항에서 서로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이들의 함께 누리는 시간과 공간과 그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에서 그 시간과 공간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개와 하모니카>에서부터 커플의 여행담을 담은 <알렌테주>까지 저마다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서로 같이 있는 듯 떨어져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 단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치면서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네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다보면 일상을 함께 보내는 이들도,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도 어쩌면 상대방을 모른다는 입장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요. 무엇보다 어쩌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5년 넘게 애인이었던 후루사와 리에와 헤어진 후미히코의 모습이 그래요. 후미히코를 늘 칭찬하는 리에, 그런 그녀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며 자신에 대해 모른다고 말한 장면과 이어진 후미히코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자신을 가장 모르는 건 어쩌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6편의 소설을 읽고 자신을 둘러보고, 옆 사람을 둘러보고, 스쳐 지나간 사람을 둘러보았어요.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나는 누구와 무엇을 나누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