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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의 게임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4월
평점 :
기와이 간지,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건 <데블 인 헤븐>이라는 책이었어요. 그의 작품을 다른 추리소설 혹은 미스터리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건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였어요. 철학과 장르 소설,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가 그의 작품에서는 아주 완벽한 궁합으로 버무러져 있었거든요.
작가만의 매력에 빠졌던 제가 다시 그의 작품을 읽은 건 이번에 새로 출간된 <구제의 게임>이라는 소설이었어요. 홀로그램으로 그려낸 듯한 표지에서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 소설은 골프라는 어쩌면 누군가에는 친숙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낯선 스포츠를 소재로 삼고 있어요.
백인 침략자에게 마을의 모든 사람이 몰살당하면서 생긴 전설적인 이야기를 소개한 후 프로골퍼 닉 로빈슨이 PGA챔피언십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거머쥐는 장면을 그릴 때까지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 후에 잭이라는 묘한 성격의 프로골퍼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말이에요. 소설의 1/3이 넘게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러다 드디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요. 그것도 연속으로 두 명이 살해되는. 그것도 인디언 전설과 연계된 듯한 살인 사건인데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용의자의 관계가 결코 이런 사건에 휘말릴 인물들이 아니기에 무언가 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건이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사건의 윤곽은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독자의 추측을 뒤집는 반전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그려지죠. 그 속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고찰이 깊이 묻어 나와요. 인간의 선의가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묘사하면서요.
골프 용어가 낯설어(각 용어에 대한 설명은 주석으로 달려 있어요) 읽는 데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오히려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들 만큼 골프라는 소재를 정말 잘 표현한 작품이기도 해요. 미스터리, 골프, 인간의 본성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기와이 간지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일상의 피곤함을 멀리 날려버렸어요. 홀인원을 향해 날아가는 골프공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