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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평점 :
요즘 일에 지치고, 육아에 지쳐 그런지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만난 책이 바로 정재한 작가님의 <미남당 사건수첩>이에요. 책표지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데 표지 이미지부터 왠지 모르게 만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 상당히 재미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미남당은 마포구 연남동 777-17에 위치한 점집이에요. 점이라고 하면 미신이라는 생각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점집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미남당은 여타의 점집과는 분명 달라요. 일단 점을 치는 박수무당의 모습이 일반 무당들과는 전혀 다르죠.
8:2 가르마(왠지 코믹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에 맞춤 정장, 빼어난 얼굴의 소유자인 한준. 얼굴만 잘난 게 아니라 점은 또 얼마나 잘 보는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죠. 하지만 한준은 무당이 아니에요. 전직 프로파일러인 그는 컴퓨터 도사인 동생 혜준과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절친 수철과 함께 고객들을 사전 조사해 문제를 해결하는 가짜 무당이죠. 그러던 어느 날 단골 고객의 요청으로 귀신을 쫓으러 갔던 이들은 지하 하수구에서 불에 탄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되요.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결코 가볍지 않아요. 어쩌면 현실에서도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기에 섬뜩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런 사건들을 결코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가벼워 사건 자체를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요.
매력적인 3인방의 모습과 경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구성,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상당한 작품이에요.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소설이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아마 영화로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한준과 여형사 예은의 관계도 살짝 흥미롭기도 해요. 아직 별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시리즈로 이 작품이 이어질 것 같아서 둘의 관계도 점차 만들어져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답니다^^ 게다가 한준이 프로파일러를 그만두고 무당을 하게 된 이유도 밝히지 않아서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어요.
소설을 보고 마음이 즐거워졌어요. 재미난 소설이 주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