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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무엇인가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평점 :
도올이 저술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이 책으로 도올에 입문했다.
제목으로만 보자면 ‘여성학 강의’ 정도에 해당하는 듯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에 녹아있는 방대한 정보는 도올의 저서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특징, 즉 동서고금을 왕래하는 스케일이 잘 드러나 있다.
도올이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에서 밝힌 에피소드를 보면, 어느 엄마가 자기 딸내미 자랑을 하면서 “우리 딸이 《여자란 무엇인가》를 보고 엄청난 인스피레이션을 받아요”했단다. 그런데 그 딸이 “중3”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단다. 《여자란 무엇인가》에서는 동양학과 역사학, 인류학, 신화학 등등 방대한 학문적 내용을 바탕으로 주제를 풀어가고 있어, 최소한 이들 제반 학문의 구조에 대한 선이해가 있어야 이 책의 논리를 이해하거나 비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중3 어린 아해에게서 그런 선이해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겉멋 든 아해에 대한 황당함과 씁쓸한 소회를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린 나이에 이 책을 접하긴 했지만, 동양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사전에 공부를 했던 터라 당시에 재미있게 읽어가면서도, 부족한 지식으로 도올의 방대한 논리를 따라가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 도올의 숱한 저서 중에는 함량미달이라 할 만한 것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재미와 아울러 쏠쏠한 학문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 《여자란 무엇인가》는 후한 점수를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