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마리나 벤저민 지음, 김나연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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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만성적인 병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불면증이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아무튼 아직 10살이 채 되지 않았던 꼬꼬마 시절.

잠을 자지 않는 나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방 문 위에 유리창문이 있는 안방보다

커다란 방을 내게 내주셨다.

불을 켜면 밖에서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셨는데,

사실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나는 거의 매일 밤 침대 아래에 숨어들었다.

거기서 열쇠고리에 달린

자그마한 너구리 인형의 코에서 나오는

쌀알 만한 빨간 불빛으로 아름아름 책을 보거나,

달이 밝은 날에는 크고 널찍한 창틀에 기대어 앉아

달빛으로 책을 봤다.

방안을 가만히 서성이기도 했고,

피아노 건반 위를 의미 없이 토독톡 두들기기도 했다.

밤은 온전히 내 세상 같았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부정적인 단어로 쓰인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서는

싫지만은 않은 것들 중 하나이다.

마치 맛있는 불량식품처럼,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는걸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부분은

저자인 마리나 멘저민에게 깊게 공감했다.

약간은 두서없는 이야기들은

밤에 들뜬 상태 같기도 하고,

자고 싶은 몸부림같기도 했다.



꾸러기 쿨쿨이는 아마도 남편.

남편은 잘 자나보다.

다행이다.





시작부터 공감되는 문구의 향연.

밤을 새는 걸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과는 다른 밤의 공기 때문이다.



살짝 무거워진 몸과는 반대로

머릿속은 가벼워진다.

낮에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이

순식간에 처리되고 만다.

마치 커피 열잔을 한 번에 들이킨 것 처럼.



물론 계속해서 밤을 새다보면 피폐해지고 만다.

어느 순간 짜증이 늘었다면,

그야말로 조심해야 할 때.

그럴때면 어떻게든 10시 전에는 자려고 노력을 한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는데,

이런... 어느새 1시.

오늘은 일찍 자겠다는 다짐은

이렇게 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황금 시간대는 2시 반~3시반.

그리고 4시반~5시반

아이도, 그리고 남편도 잠이 들어서,

보통은 절대로 깨어나지 않을 시간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보통은 PC를 만지거나 일기를 쓰고,

가끔은 새벽 산책을 나간다.

새벽의 공간은 다른 시간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매일 걷던 공원도, 편의점의 간판도,

비오는 날과는 또 다른 낯설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 풍경을 보며 걷는걸 좋아한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을 읽는 동안,

조금은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즐거웠다.

정신없는 의식의 흐름처럼

조금은 난잡한 이 에세이가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 30대 후반.

건강을 생각할 나이이니

혼자만의 즐거움은 조금 포기해야겠다.

오늘은 그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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