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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평전 - 알려지지 않은 별, 역사가 된 사람들
최백순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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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유달리 역사 과목에 약했기에, 사실 책을 집어들어 읽기 전까지도 한참 머뭇거렸다.

 

그 유명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도 '수학의 정석'마냥 첫 챕터만 열대여섯번씩이나 읽었음에도 끝끝내 한번의 완독도 한 적이 없는 나였기에, 이 책을 오롯이 다 이해하고 넘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더욱이 '조선공산당'이라는 생소하고 생경한 말이, 내가 편협하게나마 배워 알고 있는 역사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건네서 내게 뿌리 박혀있는 전반적인 역사의 틀을 완전히 흔들어 놓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읽기 전까지, 여러모로 불편한 제목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생경한 단어의 조합이 주는 호기심도 컸다. 
어린 시절부터, TV에선가 어디에선가, '공산당이 싫어요'란 이야길 듣고 자란 내게, 조선에도 '공산당'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버린 호기심이란 놈을 충족시키기에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 호기심이 결국 두려움을 넘어서, 나는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꽤나 고독하고 긴 시간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평전'이라 함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책은 서두에서 밝히다 싶이 '평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공산당'으로 묶을 수 있는 - 혹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치지만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를 갈망하던 -  이들을 한데 묶어 그들의 이야기를 읊조린다.

이야기는 정식 창당인 1925년 이전의 뿌리인 19세기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잘 알려진 이동휘나 조봉암,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 등의 이야기도 서술되어 있지만 역사 속에 묻혀진 이들의 이야기도 많았으며 각 단체들의 활약상도 기술되어 있었다.

다만 400 페이지 안에서 너무나도 많은 이름과 단체가 나와, 역사에 무지한 나로서는 이야기의 전반적 흐름을 쫓아가는 것도 버겁고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조선 말기부터 해방까지 이르는 우리 근대사 속에서 독립운동과 진보정당 운동, 노동자와 농민들의 투쟁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을 저자가 편한 어조로로 서술하여 다른 역사이야기들에 비해 긴장감을 다소 낮추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하고 부정당했던 조선공산당의 역사가 생생한 이야기를 잘 담고 있어 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여전히 머릿 속에 다 정립이 되지 않은 관계로 올 겨울 내 다시 한번 정독을 하며 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제대로 정립 시켜봐야겠다. 역사 뒤켠에  사라진 이야기를 끄집어 낸 좋은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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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뜨겁게
배지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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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난 하고 싶은 게 전혀 없다. 당장 종말이 온대도 후회될 것도 없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게 분명한 지긋지긋한 일상의 연속이니 아쉬울 게 없다.
사랑에 대한 기대도 없다. 
뒤통수나 때렸던 사랑이 나이 먹는다고 근사한 로맨스가 되어 나타나지 않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꿈도, 열정도 없이 삶이 흘러가는데로 공회전 같은 일상을 반복해오던 스물아홉 살 인턴기자 ‘윤제이’.

 

대단한 야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통 혹은 평균'이라는 삶의 기준점도 그녀의 손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럴듯한 경력없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살아온 그녀는, 충족되지 않는 경제적 문제로 자신이 일하는 잡지사 옆에 있는 성인용품 가게의 제품설명과 후기를 쓰는 알바까지 몰래하며 산다.

 

그러나 소위 투잡을 뛰는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다. 같은 나이이면서 주민등록증의 생일이 다소 빠르다는 이유로 언니 노릇하는 한 기자는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처세술을 매일같이 그녀에게 읊어대지만 실상은 그녀 역시 빠듯한 삶으로 인해 주말에 투잡을 뛰고 있다.

내가 언제 성공하고 싶다고 했어요? 누굴 이기겠다고 한 적도 없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방법을 알려주는 건데요. 
난 그냥 평범하게, 땅바닥에 발 딱 붙이고서 살고 싶을 뿐이라고요.
예전의 명성의 흔적에 기대어 입사한 서울대 출신의 조기자는 결국 잡지사의 부조리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고 그를 대신해 제이는 잡지의 꼭지기사로 낼 '배명호'라는 인물을 취재 하러 나선다. 그는 외계인과의 교신을 통해 실종된 사람들을 찾아준 사례가 인물로 본인의 아내도 외계인에게 실종되어 그녀를 찾으러 다닌다고 한다.

그런 배명호에게 남자친구가 (외계인에게) 실종됐다며 접근하는 제이를 '검증' 한답시고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시그니처’ ‘텔레파시’ ‘MJ’ 같은 뜻 모를 단어들을 내뱉던 그의 기사쓰기를 포기하고자 하는 그녀. 

그때 제이의 귀를 보고 시선에 사로잡힌 배명호가 그녀를 믿고 남자친구의 행방을 같이 찾아주기로 한다. (중략)


<오란씨>, <링컨타운카 베이비> 등의 소설로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배지영 작가의 신작 '안녕, 뜨겁게'는 제목과 책의 띠지만 봤을 때 이별을 겪은 남녀의 흔한 이야기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책 안에는 현실적인 '우리네' 이야기가 다분하다. 취업하기 힘든 현실에 갇혀 꿈도 열정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20~30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넘어서면 할수록 자꾸 미끌어져 내려와 버리는 벽에 막혀 도피하고 숨어드는 우리가 그 곳에 있다.

더불어 이 책에는 '관계의 급작스러운 단절'로 말미암아 형성된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우리도 있다. 외계 생명체에게 아버지와 아내를 납치당한 제이와 배명호가 겪어야 했던 불가항력적인 이별은 물론, 이별을 원하던 연인을 억지로 붙잡으려하다 연인이 자신을 피해 차도에까지 뛰어드는 것을 목격한 ‘성인 용품점’ 사장 미스터리까지. 생각하지 못한 이별 탓에 쉬이 발걸음을 돌려 쿨하게 뒤돌아 서지 못하는 우리가 그 곳에 있다.

단지 '이별' 혹은 '헤어짐'이 아쉬워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이별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던 것은 바로 만남의 지속이 아니라 뜨겁게 헤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헤어지는 것. 쿨하게 '그래, 안녕'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그 다음을 잘 이겨내고 걸어나갈 수 있게 격려하며 뜨겁게 안녕을 외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사람과의 관계를 펼쳐진 책처럼 낱낱이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어. 
적당히 오해하는 편이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지.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부분부분 의아스러운 구절이 있긴하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나 싶다.

특히 쉽게 읽히고 공유할 생각이나 차용할 부분들이 많아서 더 좋았다. 재미난 소설이었다.  (끝) 

내가 언제 성공하고 싶다고 했어요? 누굴 이기겠다고 한 적도 없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방법을 알려주는 건데요.
난 그냥 평범하게, 땅바닥에 발 딱 붙이고서 살고 싶을 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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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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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즐겨 찾는 테니스 클럽을 방문한 사설탐정 '루 아처'는 자산가의 아들인 '피터 제이미슨'이란 청년에게서 의뢰를 받고 한 사건-인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웃집에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알아 온 피터의 약혼녀인 버지니아(지니)가 돌연 약혼을 파기한 것이으로, 피터는 그녀가 사기꾼에게 속아 자신과의 약혼을 파기했다며 그- 버지니아가 결혼할 상대로 이름은 '마텔' -의 행적을 조사해달라고 한다. 피터에게 선금을 건네받은 루 아처는 마텔의 행적을 뒤쫓으며 그의 정체를 파악해 보려 하지만 쉽사리 단서가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편, 관련한 수사를 진행할수록 7년 전 도박으로 재산을 잃고 자살한 버지니아(지니)의 아버지 로이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단서가 모아지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짙어지는 한편 마을에 새로운 살인 사건들이 벌어져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3대 거장 중 한명인 로스 맥도날드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명성에 걸맞게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했다. 특히 마텔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사설탐정인 '루 아처'가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마지막장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한 곳으로 집결되는데 이것이 이 소설의 백미. 
 
앞서부터 계속 보여지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 단순 결말로 갈무리 될 줄 알았더니 앞서 깔린 복선들이 새로운 추리의 근거가 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범인을 지목하며 결론 지어지는 것이다. 

정말 굿!!

다만 이 좋은 내용과는 별개로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수 많은 등장 인물들 - 등장인물 수로만 따지면 사실 책 2권 분량은 너끈했을 것 같다 - 로 인해 책 읽기가 수월하지 않은데다, 가명을 쓰는 인물들이 많고 성과 이름을 따로 부르기도 하는 등, 낯설고 복잡한 이름 사용으로 인해 인물관계 정립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중간 내용을 헤멘 것이 좀 아쉬웠다.
 
더불어 세명의 화자가 나오면 누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소 이해가 안가고 타국어가 중간중간 많이 나와 다소 의아하게 만드는 부분이 몇몇 등장했다. - 물론 훨씬 더 소설의 내용을 잘 담으려 한 것이지만, 글의 전체 맥락을 짚어내며 읽기에는 불편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이야기의 반전은 물론, 각 인물의 개연성이 이야기의 풍미를 더해 재미면에서는 탁월했다.

이 소설로 인해 '루 아처'가 등장하는 그의 다른 소설들이 궁금해졌다.  (끝)


인생에는 늘 비밀동기가 있기 마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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