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도 '수학의 정석'마냥 첫 챕터만 열대여섯번씩이나 읽었음에도 끝끝내 한번의 완독도 한 적이 없는 나였기에, 이 책을 오롯이 다 이해하고 넘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더욱이 '조선공산당'이라는 생소하고 생경한 말이, 내가 편협하게나마 배워 알고 있는 역사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건네서 내게 뿌리 박혀있는 전반적인 역사의 틀을 완전히 흔들어 놓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읽기 전까지, 여러모로 불편한 제목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생경한 단어의 조합이 주는 호기심도 컸다.
어린 시절부터, TV에선가 어디에선가, '공산당이 싫어요'란 이야길 듣고 자란 내게, 조선에도 '공산당'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버린 호기심이란 놈을 충족시키기에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 호기심이 결국 두려움을 넘어서, 나는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꽤나 고독하고 긴 시간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평전'이라 함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책은 서두에서 밝히다 싶이 '평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공산당'으로 묶을 수 있는 - 혹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외치지만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를 갈망하던 - 이들을 한데 묶어 그들의 이야기를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