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수업의 기록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김소연 옮김 / 심포지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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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을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해 보자, 몸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 하고 깨닫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음은 사실 늘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 급작스런 사고사나 개인이 선택한 자살이 아니라더라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다만, 죽음이라는 것을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라 여겨, 부정한 것 -혹은 불경한 것- 으로 치부시켜 입 밖으로 내 뱉길 꺼릴 뿐이다.

저자는 '죽음'이 당연한 자연적 이치이며 이를 숨기고 감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에 바깥으로 꺼내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17년간 재택 의료를 하며 보아온 수 많은 죽음에 대해 느낀 점들을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과의 담화를 통해 공유하고자 했다. 그 공유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습니다. 말기 암의 과도한 수액처럼 오히려 수명을 단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명 치료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치료가 진정 연명 가능한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각각의 증상과 진행 상황에 따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죽음 역시 인간의 '권리'임을 상기시키며 죽음의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뇌종양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29세의 미국여성 브라티니 메이나드를 예로 들며, 그녀가 인간으로서의 존엄 -남편과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픈 그녀의 바람- 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고자 개인 SNS에 죽음의 기록들을 남긴 것이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렸다며 이야기를 화두에 올린다.

이어 '존엄사'와 '안락사' 차이에 대해 그 자리에 있는 학생들 -혹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저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는 자연적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부러 약물 등을 투여하여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안락사' (그는 이를 어떤 의미에서는 의사가 살인을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와 같은 상황에서 연명 치료를 중지하고 자연스레 죽을 수 있게 놓아두는 '존엄사'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소극적 살인 방관이라 이야기한다)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특히 서양에서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기에 '존엄사'의 개념이 없다는 것 -혹은 자연사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다음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저자 '나가오 가즈히로'가 죽음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갑작스레 교토로 여행을 떠나자 했던 아버지가 잠시 후에 보자며 약속 장소를 정한 뒤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아버지가 먼저 집에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역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버지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며칠 후 자살한 사체로 발견되었던 것. 

아마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주변 사람의 죽음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그의 괴로움이, 그때부터 '잘 죽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 매듭을 잘 짓는 것 역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일본인인 저자의 생각이나 문화적 사상이 들어가 우리나라의 문화나 사상적인 측면과 다소 다른 점도 있었지만,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흥미롭고 재미난 수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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