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줄리 포인터 애덤스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줄이고 없애되, 시적인 요소는 남겨둬라
- 레오나르 코렌의 저서 <예술가, 디자이너, 시인과 철학자를 위한 와비사비> 중 -

군가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무언가를 잘하려고 애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얻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감이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잘못 된 것이다.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그렇다.

회사에서는 상사들에게 잘보이기 위해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려 하루종일 전전긍긍한다. 피로감을 그득 껴안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웃음 지으며 그들을 만나러 간다.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설거지와 빨래를 한 뒤, 으스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든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가시밭 같은 삶의 연속이다. 이로인해 웃음을 잃고 무표정한 채 살아가며 내가 과연 꿈구던 즐거운 나의 미래가 과연 이런 것인가 - 혹은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 하는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할 수 밖에 없다.

하물며 그냥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이렇게 버겁고 고되기만 한데,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고 그들과 몇 시간동안이나 만나서 이야길 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외려 끔찍한 일이다. 초대를 위해 아침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혹여 실수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 받을 내 모습이, 별달리 고민하지 않아도 그려지기 때문이다.

<와비사비 라이프>는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스스로를 조금 내려놓고 자연스레 본인을 내비치며 살기를 권유한다.


솔직해진다는 말은, 
불편하더라도 나의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어 꾸밈없이 보여준다는 의미다.

'초대'의 본질에 대해 궁구하던 저자가 일본에서 처음 만난 이 생각은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발현된다.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지만 항상 생각해오던 일이라 글이 잘 읽힌다. 

저자가 말하는 와비사비란,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유행에 뒤처진 낡은 공간이나 물건에서,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과소평가했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

 

와비는 단순함, 겸손함,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사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정취를 말하며 시간의 덧없음, 아름다움, 진정함을 의미한다.

와비와 시비라는 말을 합하면,
단순하고 겸손하며 알 수 없고 덧없는 것 속에서 조화와 기쁨을 발견하는 정서라는 의미이다.

이야기는 총 다섯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앞서 이야기했듯 세계 각 국에서 보여지는 와비사비 라이프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곳은 일본, 덴마크, 캘리포니아, 프랑스, 이탈리아이다.

라이프 매거진 <킨포트>의 총괄프로듀서인 저자가 친구들의 집에 방문하며 느낀 와비사비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각 국의 와비사비 정서를 시작으로 그것을 기반으로 한 초대 문화 및 각 국을 대표하는 초대 음식 중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는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특히, 각 국의 특징에 맞게 적혀진 '한번 해볼까요?' 코너가 좋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챕터 3의 '캘리포니아' 편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한번 해볼까요?

- 함께하는 이들에게 사려 깊은 질문을 하고 두려움이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마음을 열고 내 삶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자. 처음에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지만 괘념치 말자.
- 친구들과 가족을 주방으로 불러 도움을 청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맡으면 기꺼이 수행한다.
- 손님이 오면 포옹을 하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따듯하게 악수를 청하자. 머뭇거리지 말고 다정하게 스킨십을 시도해보자.
- 자연을 닮은 집을 꾸며보자. 차분한 색, 텅 빈 공간, 자연에서 가져온 작은 것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집 안에놓아 보자. <중략>

실로 간단한 것들이다.

더불어 시간이 바래 멋을 발하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놓인 친구의 집을 찍은 사진들도 일품이다. 여유와 사랑이 묻어난다.

사실 책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다. 글 수도 여타의 책에 비해 적고, 사진도 많다. 하지만 그 여백 안에 생각하고 읽을 거리가 참 많은 책이었다.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차근차근 이루어보고 싶은 삶. 와비사비 라이프.

그간 생각만 하던 것을 이렇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너무 좋은 책이었다.  <끝>

 

그게 인생이지(C'est la Vie)!
'인생이 그렇지 뭐' 정도의 의미로 기대보다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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