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보다 스토리
신인식 지음 / 좋은땅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약 10년전이었나?

 

우리나라에 와인 붐을 일으킨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를 한 때 나도 열렬히 사서 모았더랬다. '만화'라는 장르 특성 상 이야기 내내 다소 과장되거나 허황된 스토리들이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전까지 나랑 절대 관계없을 것 같던 '와인'을 기회가 생기면 한번쯤 마셔보고 싶게끔 생각의 전환시켜주었다.

그 이후부터 '와인' 자체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도 빌려다 보고 마트에 들러 가끔 와인을 사서 마셔도 보았지만, 읽었던 책의 이론을 현실적으로 적용시켜 생각해보기에는 와인 자체의 유구한 역사와 무한한 이론적 내용들로 인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와인에 대한 내 관심과 애정도 서서히 멀어져갔다.

한창 일었던 '와인 대란' 이후 판매량이 잠시 하향하는 듯 했지만 - 아마 전국적으로 열풍이었던 '신의 물방울'로 인해 나와 같이 와인에 대해 단순하게나마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의 거품이 빠졌던 거겠지 -, 최근에는 그 맛과 멋을 아는 판매자들의 수요량이 늘어나며 주류업계에서 독자적으로 자리를 잡고 다시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파이가 커진 만큼 관련 서적도 늘어났다. 하지만 생소하고 낯선 단어들이 주는 위화감을 극복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론적 내용이 점점 심화되는 만큼 내용의 깊이를 따라갈 학문적 노력을 하면서까지 술을 알고싶은 마음이 일절 없기 때문이다.

와인바나 레스토랑을 가도 마찬가지다. 가격대별인지, 종류별인지, 생산지별인지 메뉴판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서인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와인은 내게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존재다.

 

와인 초보자에서 벗어나 마트에서 와인을 자신있게 고르고 
와인레스토랑에서 망설임없이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되고, 
와인을 쉽고 편안하게 즐기며 행복감을 느끼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새로이 관련 책을 읽어보았다. 이론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면에서는 여타의 책들과 마찬가지지만, 여기에 소설적 상상을 가미해서 인지 '읽는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책들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했다.

세 파트로 나뉘어진 책은, 챕터별로 주인공이 상이하다. 나와 같이 와인 일자무식인 초보자 편과 와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와인 매니저 그리고 와인 매니아인 와인 애호가 편으로 나뉜다. 언뜻 보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각 기 다른 이야기를 펼치거나 별다른 연관성을 지니지 않은 듯 보이지만, 서로가 개연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 결국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와인 초보자인 남자와 와인 전문가인 매니저는 사귀는 사이였고-엑스 보이, 걸프렌드-, 와인 초보자인 남자와 와인 매니아인 애호가는 전 직장 동료였다는 것이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심화된다는 느낌보다 와인에 대한 '감'이 잡힌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몇 년도 산 와인이 이런 맛을 내는 것은 이런 품종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유려하게 남들 앞에서 말 할 정도의 깊이는 아니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과 같이 마트에서 와인을 자신있게 고를 수 있을 정도, 혹은 와인매니저가 하는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세 캐릭터를 훨씬 감칠맛(?) 있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점은 아쉬웠다. 분명 서로가 다른 캐릭터인데 세 명의 구분이 모호해질 순간이 더러 있었다. 뭐, 사실 정보전달을 하는 이론서로써 '소설'의 형식적인 측면만 차용한 것인지라, 완연하게 '소설'의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만큼 책이 읽기도 쉽고 재미있어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부분이 아쉽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앞서 누차 이야기했듯, 단순 이론서라기보다 소설에 가까워서인지 몰라도 정독하는데 부담이 덜해 내용 이해가 잘되었다. 정보전달이 훨씬 용이한 느낌. 그래서인지 '와인'에 대한 연혁이나 상세함을 원하기보다 개략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신의 물방울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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