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평소에 말도 글도 재미나게 잘하시는 분인지 읽히는 속도도 빠르고, 음식들에 대한 표현들도 좋다.
예전에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볼 때, 맛에 대한 표현을 참 감각적으로 그려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뭐랄까? 저자가 말하는 맛들이 그려진다는 느낌?
왜 그 있지 않은가! <미스터 초밥왕>에서 주인공의 초밥을 먹고 난 심사원들이나 손님들의 입 안에서 막 쌀알들이 흩어지고 생선들이 활개를 치며 생동감있게 돌아다니는 장면들! 그런 모습이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그러나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어찌보면 개인적인 투정인데, 책에 나오는 가게들의 가격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저자 말로는 맛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대라는데, 사실 적힌 금액들이 자주 먹기에는 부담이 되는 곳들이 많았다. 물론 신선한 재료를 매일 공수해서 만든, 정말 맛있는 식당들이 제공하는 합리적인 금액이겠지만 한끼에 인당 4~5만원 이상이면 언뜻보기에도 부담이 될만한 가격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 합리성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와닿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저자가 수 십년을 리서치 전문직으로 일을 하다가 음식이 좋아서 중간에 업종 변경을 해서 그런지 자기 일을 하다가 식당을 꾸린 분들에게 더 정이간다고 중간에 밝히기도 하는데, 소개하는 레스토랑 중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그런 분들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물론 요리에 대한 애정 때문에 자신이 원래가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접어들어서 더 애정을 쏟아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그로 인해 가게를 소개하는 방식들이 비슷해지는 점은 여간 아쉬울 수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결과나 보상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좋다. 과정에서 얻는 순수한 기쁨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아니, 그것만으로 넘칠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셈이 맞지 않는 일을 하고. 기꺼이 사서 고생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나면 훌륭한 전체 요리를 양껏 먹은 것같은 포만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