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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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저 사랑하는 습관되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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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이란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을 때 처음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사랑을 겪어본 사람들에게도 관성이 작용한다. 사랑을 통해 얻은 따스함에 대한 상실은 그것을 계속 갈구하고 원하게 만들어, 연애를 끊지 못 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 뒤,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허전함을 참지 못하여 습관적으로 사랑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혹은 우리 중 일부는- ‘습관적’으로 누군갈 갈구하고 애정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한다.


노벨상 수상작가 ‘도리스레싱’의 단편집 <사랑하는 습관>은 동명의 표제작에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깊은 통찰력으로 그 여자, 동굴을 지나서, 즐거움, 스탈린이 죽은 날, 와인, 그 남자, 다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 등까지 총 9개의 단편을 통해 이야기의 질은 물론 독자가 사유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다시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와, 표제작인 <사랑하는 습관>에서는 외로움 때문에 습관적으로 일탈을 즐기는 남자를 통해 사랑의 관성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결혼을 했음에도 여러 여자와 유희를 즐기는 조지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사랑을 논한다. 그런 그에게 또 한 번의 사랑을 찾아온다. 상대는 서른살 차이나는 보비. 둘은 결혼을 하지만 그게 진짜 사랑으로 결혼을 한 것인지, 외로움에 기인한 습관적인 행위인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결국 그건 고독과 쓸쓸함이 일으킨 환상적인 일들의 연속성에 기인한 마음이었음을 재차 확인할 뿐이다.


<그 여자>는 각 자 젊은 시절 두 사람이 현재 묵고 있는 호텔에서 만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여성을 말하는 듯하지만, 그 무렵 웨이트리스가 와서 (한명의) 여자가 두 사람의 추향에 맞추어 머리 색깔을 바꾼 것이 아니냐고 한다.


<동굴을 지나서는>는 외로움을 이겨내고 홀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즐거움>에서는 프랑스인 중년부부가 휴가를 떠나 영국인 젊은 부부를 만나 일어나는 일을, <스탈린이 죽은 날>은 스탈린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일어나기 전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글을 엮었다. 외에도 남편의 외도를 바라보며 그가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 여자는 물론,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거부하는 여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도리스레싱의 이번 단편은 1950년대 단편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현재보다 더 여성들이 주체적이고 자주적이라 느꼈다.
 

다만 생각보다 이야기의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아 고생했는데, 번역이 다소 딱딱했던 탓이거니와 이야기의 중간 중간 상황을 생각하고 작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생각들을 찾아내고 사유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생각과 재미를 준 책이었고, 그녀가 쓴 나머지 11편의 단편이 실린 책 <2018년 7월 19호실로 가다>라는 책도 한 번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사유와 성찰이 절실하고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책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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