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더 행복하기로 했다 -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법
카트리나 온스태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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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러브>는 ‘일요일 밤은 새로운 월요일 아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많은 직장인들이 일요일 밤부터 수신함에 들어온 이메일들을 처리하면서 월요일 아침처럼 일하는 현실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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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집었을 때만 해도 산뜻한 표지 때문에 유유자적한 주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득할 거라 생각했다.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민트색 바탕에 노오란 튜브를 끼고 수박을 깨물고 있는 여자의 모습의 표지는 누가 봤어도 ‘나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어요’의 느낌이었다.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멋들어지게 주말을 보내는지. 어떤 방법으로 주말을 보내야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책 안에는 혐생(혐오스러운 인생)에서의 주말이 우리에게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과 같은 주말을 얻기 위해 이루어진 역사에 대한 다소 ‘딱딱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생각한 내용과 다소 달라 책을 덮을까도 했지만 일단 읽기로 마음먹었기에, 무라도 베자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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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가는 단지 일에서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주말은 아름다움에 민감하다. 좋은 주말은 무목적성을 받아들인다. 좋은 주말은 수백만 개의 다른 길을 헤매지만 언제나 속도를 늦추고 현대 생활의 급한 흐름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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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전회사에 다닌다. 정비가 있을 때나 비상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야간, 주말 할 것 없이 불려나온다. 더욱이 언제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주말에 멀리 나가지도 못한다. 집을 지키는 강아지마냥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TV를 보다가 연락이 오면 회사에 나오기 바쁘다. 그래서인지 주말내내 연락이 없다고 하여 오롯이 쉬는 느낌이 아니다. 주말이 꼭 내게 할당된 시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게 육, 칠년을 지냈다. 이제는 주말이 (있지만) 없는 삶에 익숙해질 때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주말에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오롯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 급박한 흐름에서 벗어나 내 나름의 길과 흐름,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는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크게 분출되었다. 그래서 가끔 주말에 휴대폰을 아예 꺼버리는 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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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현재의 정의에 맞는 ‘주말’‘이라는 단어는 1870년에 <푸드 저널>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토요일에서 월요일까지 이어지는(돈과 예금이 유지된다면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음) ’주말‘은 발산의 시간이다. 여기서 ’발산‘은 ’이돌‘ 혹은 ’활동‘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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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그간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실려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달리, 타인에게 봉사하고 취미활동을 하며 주말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같은 이야기에 는 공감을 가장한 슬픔이, 나와 다른 삶에는 부러움을 가장한 시샘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어떻게 나도 주말을 보내야할지가 조금 더 명확하게 그려졌다.

 

저자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일들을 주말만이라도 조금 내려놓기를 바란다. 가상의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직접 누군가 만나 이야기하고, 주중에 하던 청소나 빨래를 좀 내려놓기를 바란다. 또한 휴대폰을 멀리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교감하라고 일러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보다는 사랑하는 연인과 마음껏 사랑을 하라고 외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주말과 더 사랑하고 교감하며 행복해질 수 그는 말한다.

 

서로의 표정과 몸짓을 살피며 대화할 수 있는 ‘교제’를 하고 보상이 아니라 재미를 주는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며 미술관처럼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여유’와 무언가를 새로이 구상하는 ‘창작’ 그리고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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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보상이 아니라 쾌락을 위해 하는 활동이다. 일 중심 문화에서 취미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청교도들은 '나타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잡지는 수예와 악기가 유용한 취미라고 소개했다.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주 그저 즐거움만 열심히 좇는 것은 조금 게을러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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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기왕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으니 무라도 썰어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이제부터 행복한 주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그득했다. 일단 나에게 있어 최악의 주말과 최고의 주말이 어떤 것인지 가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취미 활동을 좀 다녀보기로도 마음먹었다.

 

자, 이제 나의 주말은 다시 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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