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시골 살래요! -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딸의 편지
ana 지음 / 이야기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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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오늘 그랬던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요리해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고, 내가 쓰는 물건들을 잘 알고 제대로 쓰며 행복해하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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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도심지로 집중되면서 좁디좁은 곳에서 갑갑하고 빡빡하게 지내는 현대인들이 더욱 늘고 있다. 성공의 척도는 도심에 위치한 대기업의 어디쯤 다니는 것으로 매겨지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선 수도권 내 위치한 대학을 다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학군이 좋은 도심의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이 사회 통념처럼 굳어져 있다. 태어나서 서울 땅에서 한번 살아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건, 그것이 성공의 척도를 가늠하는 현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매일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걷는다. 남보다 땀 한 방울 더 흘려야 성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친 심신을 다독여 주고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주말을, 휴가를 기다린다. 시간을 들여 도심에서 벗어난 곳을 거닐며, 조금 낮아진 건물들 사이를 타고 흐르는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흙을 밟아보고 싶어서다. 또한 높고 가파른 건물,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고 싶기 때문에서다.


이와 더불어 최근 20~30대에게서 귀농바람이 불고 있다. 높은 스펙들로 중무장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보지만 갈수록 성공의 문턱이 높아만 가는 취업난에 허덕이다, 그런 경쟁에서 벗어나 조금 여유롭게 주변인들과 오순도순 살아보고픈 청년들이 늘어나서다. 이 책은 그런 젊은 친구들의 바람과 맞닿아있다. 바쁘게 쳇바퀴 같은 삶을 살기보다 주변인을 챙기고 오순도순 살아가며 본인이 소작한 것들을 바라보며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아나씨는 해외에서 석사까지 졸업한 공부장이다. 그녀는 서울에서 12년을 살았다. 하지만 서울이 매력적인데 반해 ‘그곳에서 지내는 삶’이 본인에게는 맞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화려하고 빛나보이지는 않지만 소담한 하루의 기쁨을 완연하게 느끼고 싶어서다. 그녀는 시골살이에 앞서 6주간 귀농체험을 하기 위해 ‘농촌생활 체험학교’에 등록한다. 이 책은 귀농체험이 이루어지는 순천에서 합숙하며 지내던 와중,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엄마에게 보낸 편지 글로 이루어져 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남자 5명, 여자 4명으로 이루어졌던 동기는 다음날 남자 4명, 여자 4명, 총 8명이 된다. 오리엔테이션 다음날 남자 동기 한명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8명의 동기 중 아나씨는 막내다. 30대 중반. 그녀를 보며 동기들은 의아해 한다. 아직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도전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말하는 ‘도전’이나 ‘열정’에는 맞지 않다. 그녀가 생각하던 바람과 열정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소 동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건강한 음식을 요리해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고, 내가 쓰는 물건들을 잘 알고 제대로 쓰며 행복해하는 ‘자신만의 삶’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총 26장의 이야기는 매일 일어나는 귀농체험에 대한 소개와 도심지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상반되게 시골에서 느끼게 된 생각들을 엄마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시끄러운 도심에서 탈출해 귀농에서 생활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을 하던 와중이라 그런지 이 책에 실린 그녀의 감정들은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이 다가 아님을. 그곳도 사람 살아가는 곳이라 생활하는 것이 꿈꿔왔던 것만큼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은 아닌 사실도 꼬집어주었다. 혹시나 나처럼 귀농생활에 대해 아름다운 꿈과 희망만 가지고 아무 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입문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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