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무어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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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근 15년만인 것 같다. 정통 판타지로만 따진다면 이영도 작가님의 '피를 마시는 새'를 마신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특히 영미권 해리포터는 시리즈가 너무 길고 많다는 이유로 -사실 영화는 다 챙겨봤지만 책은 이상하게 손이 안 가더라-, 반지의 제왕은 책 자체가 고루하고 재미없다는 핑계로 1권을 읽다 집어던진, 내가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찌는 듯한 무더위로 짜증을 가득 짊어진 상태여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심보가 고약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발간되자 마자 39개국과 출간 계약을 맺었다하니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첫 소설을 발간하는 작가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과 시샘도 작용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모두 뒤짚었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뭐야, 이거 뭐야? 뭔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뭐 어쩌라는 거야?' 하면서 읽던 것이, 그 늪에 점점 빠져들어 결국 주말 밤낮을 새버리고 말았다.

 

판타지 소설 '네버무어' 1, 2권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주인공 모리언 크로우는 지난 연대 이븐타이드에 태어나, 저주받은 아이로 지목 받고 짧은 생을 살아야 한다. -이븐타이드에 태어난 아이들은 새 시대가 열리면 모두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짧은 삶'을 동정하지 않는다. 생은 그녀에게 야멸차기만 하다.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가 쏟아져도 그녀 탓. 정원사가 죽어도 그녀의 탓으로 내몰며 시의 총리인 그녀의 아버지에게 배상금을 청구하기 바쁘다. 또한 할머니를 제외하고 가족 중 누구도 그녀를 반기지 않는다. 그들 조차 그녀가 얼른 죽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에 대한 부정과 사람에 대한 불신만 가득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세상을 삐뚫게 바라본다. -이는 1, 2권 소설 내내 그녀의 캐릭터로 구축되어 행동 하나하나에 표현되어 나오는데, 그럴 때 마다 주인공이 사실 너무 짜증나고 답답했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질문이 너무 많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생각했던 삶보다 빨리 그녀는 죽음 앞에 서게 된다. -원래 12년의 생을 살 것이라 예상했는데 11번째 생일에 그녀는 죽음의 순간에 마주한다- 그때 두둥하고 생강색 머리의 구원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주피터다. 그는 삶을 원하던,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많은 애정결핍으로 삐둘어진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자유국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는 모리건을 데리고 자신이 사는 자유국의 호텔 듀칼리온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단 아홉명을 뽑는 원더러스 협회에 그녀를 가입시키고자 하는데......

 

모리건은 모질게 풍랑이 일었던 자신의 삶에서 배운 것처럼 모든 상황에 의심을 먼저하고 자신을 책망한다. 하지만 그녀는 원더러스 협회 가입을 위한 4가지 시험을 통과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의를 키워나간다. 더불어 자신의 편도 만들고 자신의 적도 만들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돋군다. 특히 1, 2권의 백미는 자유국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원더스미스와의 만남. 원더스미스는 자유국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 조차 꺼려하고 싫어하는 악마인데 -해리포터로 따지면 볼드모트 같은?- 그는 생강머리 주피터가 모리건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기 전, 그녀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른다며 모리건을 세상의 가장 무서운 존재로 교육 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모리건이 각성하며 그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일단락 되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그렇게 많은 페이지가 할당되지는 않는다. 2부를 위한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으로 둘이 설전을 벌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모리건이 원더러스 협회에 가입하는 것으로 1부의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추후 읽을 다른 책들로 인해 차츰 지워져버리기 전에 얼른 2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동화같은 느낌의 -약간의 공포도 뒤섞인- 판타지를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책은 편협하게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기도 했고 말이다. 여름철 휴가를 집에서 보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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