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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이 나를 부를 때 - 맨땅에 헤딩 미국 인턴.여행 도전기
유호동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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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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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저자가 쓴 좌충우돌 미국 생활기 ‘낯선 곳이 나를 부를 때’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하며 통통 튄다. 그는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에 대치되어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하며 힘을 낸다.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몸으로 겪으며 배운 미국 생활에 필요한 팁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소셜 넘버(사회보장번호) 발급, 미국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개통, 차량 구입과 보험 가입, 현지 운전면허 취득 등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정보 말이다.
총 2부로 나누어진 책의 1부는 그런 정보들로 그득하다. 물론 인터넷 어딘가에 비슷한 정보가 산재해있을지도 모르지만, 책 한권에 필요 정보만 모아놓고 보니 실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연유로 미국 인턴이나 유학생활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쾅쾅.
각설하고 스펙도, 영어 성적도 그저 그랬지만 도전정신과 용기 하나만큼은 남들보다 우수하다 자부했던 저자는 원래 계획이었던 프랑스 어학연수 일정을 포기하고 무작정 미국 인턴생활 길에 오른다. 하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혼자 감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들을 헤쳐 나가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모두 해낸다.
그런 그를 보며 일본유학 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2009년, 나 역시 히라가나, 카타가나도 모른 체 무작정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내가 가진 건 누구를 만나더라도 살갑게 구는 친화력과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뿐이었다. 그렇게 2년을 밤에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어디를 보더라도 일본인뿐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인 어학교를 다니며 생활을 했다.
자전거 등록을 위해 사무소에 가는 길에 경찰을 만나 여권과 영수증을 들이밀어 보기도 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오기 위해 재입국 심사 도장을 받으러 갔다가 필요한 서류를 다 챙겨오지 못 해 두 번이나 갔던 일 등, 나 역시 언어가 늘기까지 실수도 잦았고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모두가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 덕에 나는 28년간 한국에서 살며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1년 사이에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가 산 1년의 시간들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부는 저자가 인턴생활을 하며 돌아다닌 여행지나, 인턴 생활이 끝난 후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1년간 인턴생활을 하던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그나마 근교라 할 수 있는 시애틀은 물론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알래스카에 대한 기록. 그리고 가족과 함께 간 라스베가스와 인턴 생활 후 다녀온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에 대한 이야기가 책 안에서 넘실댔다.
특히 재작년에 나도 뉴욕-워싱턴-보스턴-필라델피아를 여행하고 왔기에 그 부분을 보며 뭔가 모를 감회에 젖기도 했다. 1, 2부 모두 이래저래 여러 생각이 차오르게끔 해 주지 않았나 싶다.
다만 문장과 문장 사이가 매끄럽지 않은데다 몇 몇에는 다소 지나침이 있었다. -필터가 없다고 할까- 예를 들면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3명이서 2인용 호텔을 몰래 사용했다는 부분이나, 사진을 찍지 말라는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고는 이 책에 그 내용을 담으면 위험하니 블로그에 와서 보라는 문구 등,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355p 속에 더러 담겨있었다. 그러한 부분을 가감하고 책을 냈더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미국 생활에 필요한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이었지 않나 싶다. 덕분에 좋은 기억들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