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에게 휘둘릴까? - 이 세상 모든 민폐 인간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가타다 다마미 지음, 정선미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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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가치를 부정하면 자신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가치 부정이 자신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그렇게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생각을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망상에 빠질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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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일하는 부서로 들어오기 전, 같이 일하던 팀장님은 지나치리만큼 깊은 열패감에 사로잡힌 분이었다. 자신의 작은 키를, 명석하지 못한 자신의 두뇌를, 그리고 부유하지 못한 자신의 부모를 미워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그런 열패감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부모가 부유한 나에게 독처럼 다가왔다. 그는 끊임없이 나를 모략하고 곤경에 빠드렸으며 결국 내가 일하던 곳을 뛰쳐나가도록 만들었다. 그것도 내가 없는 틈을 타서......

그와 함께 일을 하던 어느 여름, 이런 일이 있었다.

- X팀장 : 야,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일하자. 좀 사와.
- 나 :  (당연히 그가 지불할 것이라 생각하고) 네. 어떤 걸로 사올까요?
- X팀장 : 니 돈으로 사올 건데 니가 알아서 사 와. 그리고 너 여기저기서 예쁨 받으니 저기 같이 일하는 다른 팀들 것도 좀 사오고.
- 나 : (그의 성격을 알기에 군 말없이 지갑을 챙겨들며) 아, 네.
- X팀장 : 근데 나 콘 좋아하는 거 알지? 월드O 사와.

인사고가 시즌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 X팀장 : 간만에 둘이서 회식이나 하자. 1차는 내가 쏠께. 대신 2차는 니가 쏴라. 
- 나 : (딱히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지만) 아, 그러시죠 뭐.
- 둘이 합해서 3만원 밖에 나오지 않은 1차를 법인카드로 계산하며 그가 나에게 말했다.
- X팀장 : 오랜만에 (도우미들 나오는) 노래방이나 갈까?
- 나 : (그의 성격을 알지만).....아, 노래방이요? 그건 좀.
- X팀장 : 뭐야. 1차만 먹고 째냐? 새끼, 존나 쫌살스럽네, 시바.

이런 날도 있었다. 타 사업소 정기점검을 위해 지방 출장차 들렀다가 접대를 받을 때였다. 
- X팀장 : 나 술 잘 못마시니 오늘은 니가 내 술상무하며 다 마셔. 한잔이라도 뺐다면 봐라.
- 나 : (어른들이 주시는 술을 연거푸 마시며) 네, 알겠습니다.
- 그렇게 그는 술자리 중간에 들어가 잠이 들었고, 나는 본사에서 왔다며 대접을 계속 해주시는 어른들 큼에 끼여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다 숙소로 들어가, 그의 코 고는 소리를 이불로 막아가며 겨우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자는 걸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4시반에 일어나 스포츠 채널을 틀고 축구를 보기 시작했고, 겨우 잠이 든 나를 위해 소리를 줄이지도 않았다. 그러더니 6시가 채 되기도 전에 나를 깨우더니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하고 다른 지역 사업소로 가자고 했다.
- X팀장 : 젊은 놈의 새끼가 빠져가지고는. 그거 좀 마셨다고 뭐 죽는 얼굴을 해.
- 나 : ......
- 하지만 해장국을 먹어도 상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에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팀장에게 운전을 부탁하게 되었다. 비도 오고, 잠도 제대로 못 잤던 탓에 나는 그의 앞에서 저지르면 안 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2년 여의 출장 생활에서 처음으로 잠이 들었고, 중간에 깨서는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토악질을 했다. 천신만고 끝에 다른 지역에 위치한 사업소에 도착해서 사업소장님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가 말했다.
- X팀장 : 요즘 애들은 어떻게 된건지, 술을 절주도 안하고. 제가 임마, 운전기사 노릇 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내가 혼자 출장 간 사이, 그는 나를 다른 사업소로 보내버렸다. 더욱이 본인이 그렇게 인사 발령을 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2박 3일의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수고 많았지? 집 도착하면 9시 반이나 되겠네. 얼른 들어가 쉬고 내일 보자.'라고 했다.


기뻐해야할 일을 갖게 된 이에게 축하한다 해놓고서, 속으로 질투하고..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격려하지만 그사람이 진짜 잘된다면 배아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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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착하게만 굴면 모든 이들과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만 나쁜 마음 먹지 않고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행동하면 다 좋은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나의 물러터진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나를 휘두룰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말이다. 착하다고 능사가 아니고 자신의 목소리를 현명하게 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았다. 그래서 현재 옮겨진 부서에서는 다행히 그런 일이 적어졌다.

이 책 '나는 왜 저 인간에게 휘둘릴까?'에는 전 X-팀장에게 휘둘리던 이전의 내 모습들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어 읽는 내내 조금 힘들기도 했다.  그때는 사실 내가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고 여전히 내가 잘못을 하기에 그 좋은 팀장이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해대며 나를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고만 생각을 했다. 이렇듯 사실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문제를 알면 답이라도 생각해볼 텐데 그러지 못하니 말이다.

이전의 나와 같이 자신이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이 땅의 많은 나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끝)

+ 덧 : 남에게 휘둘릴 때 나타나는 사인


1)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2) 그 사람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3) 그 사람이 자증 나거나 화가 난다.
4) 그 사람에게 당한 일이나 들은 말이 머리에 맴돌아서 혼자 끙끙댄다.
5)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말하기 창피하다.
6) 머릿 속에서는 '싫어'라고 생각해도 나도 모르게 '응'이라고 대답한다.
7) 그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 사람 앞에 서면 머리로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을 한다.
8) 그 사람 앞에서 나 답지 않은 말, 태도, 행동이 나온다.
9)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일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10)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꼼짝 못 한다.
11) 그 사람에게 나의 주장을 이해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12) 그 사람의 대화 전개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13) 그 사람과 평범한 논의는 불가능하다.
14) 그 사람은 본인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어서, 가령 그 사람이 틀렸어도 지적하기 어렵다.
15) 그 사람이 타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16) 내가 하지 않은 일로 그 사람이 나를 탓한다고 느낀다.
17) 그 사람이 한 일로 그가 나를 탓한다고 느낀다.
18) 그 사람이 나를 얕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19) 그 사람이 나를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20) 그 사람은 나에게 호의를 보이지만 사실은 적의를 품고 있다고 느낀다.
21) 그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22) 그 사람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23) 주변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속고 있다고 말한다.
24) 그 사람은 평소에는 웃고 있지만 때로는 표정이 급변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한다.
25) 그 사람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을 나에게 준 적이 있다.
26) 그 사람을 믿지 못할 때가 있다.
27) 나의 의심이 심해졌다고 느낀다.
28) 그 사람이 나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29) 그 사람이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는 것 같다.
30) 나는 그 사람과 멀어지고 싶으나 그가 나를 멀어지게 두지 않는다.

- 5개 이상 : 그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을 가능성 존재
- 10개 이상 : 그 사람에게 확실히 휘둘리고 있음
- 20개 이상 : 지금까지 상다히 휘둘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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