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악플러 큰 스푼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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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키보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그리고 어제의 키보드는 어땠나요? 안전했던 가요?


당신은, 익명이란 그림자 뒤에 숨어, 그게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타인에게 상처받을 만한 댓글을 적은 적이 없나요?


악플은 아픕니다. 한, 두개쯤이야 웃으며 그러려니 해도, 그게 한꺼번에 훅하고 치고 들어오거나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그 상처가 상당하죠. 마치 얼굴을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받는다고 상상하면 될 겁니다. 어디서 잽이 날아올지 모르고 어디서 킥이 들어올지 몰라, 방어조차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두들겨 맞아야하는 아픔, 그래서 더 아픕니다. 방어가 불가하니까요.


생채기가 나면 그걸 덮을 여력도 없어집니다. 익명에 숨은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기 때문에, 누가 자길 욕하고 있는지 모르는 그로기 상태에 빠져 더 아픕니다.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익명 뒤에 숨어 나를 욕하는 것 같은 깊은 우울에 빠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러기에 더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고요.


우리 어린이 친구들을 위한 동화 ‘정의의 악플러’는 악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책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악플이 판을 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봐도 무방할 만큼, 쉬운 이해와 예시를 통해 악플의 무서움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공감을 주고요.


책의 주인공은 준하입니다. 준하의 부모님은 서로에게 무관심하죠. 그 모습을 보며 준하는 차라리 부모님이 서로 싸우고 이해하길 바랍니다. 두 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준하의 마음은 아픕니다. 그런 준하에게 태오라는 아이에게 열쇠를 건네받게 됩니다. 이 열쇠는 타인의 마음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신비의 열쇠입니다.


준하는 열쇠를 이용하여 여러 사람의 마음을 엿보게 됩니다. 아이들의 곱절이 되는 덩치와 무서운 얼굴을 이용해 주변인들을 괴롭히고 다니는 영운이의 마음을. 준하에게 차였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거짓으로 그와 사귄다고 소문내고 다니는 다희의 마음을.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타 한연우의 마음을. 

그리고 그들 속에 자리한 두려움과 약한 마음을 약점 잡아 정의의 악플러라는 이름으로 익명에 기대어 사실보다 더 부풀려 이야기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받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이 잘못한 만큼 벌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는 준하. 하지만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그를 대해주었던 스타 한연우는 목숨을 잃게 되고 자신을 짝사랑하며 이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던 다희는 등교거부를 하게 됩니다.


준하는 주변인들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볼 수 있는 열쇠로 자신을 시험에 들게 만든 태오를 미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작정 그를 찾아가 얼른 열쇠를 가져가라고 하지만 그는 한번 건넨 열쇠는 받을 수 없다며 해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거나 스스로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선으로 열쇠의 힘을 영영 묻어버리는 것입니다.


결말은 확정적인 맺음보다는 다소 열린 결말로 끚맺음을 하는 듯 보입니다. 어떤 것이 더 옳은 일일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제 저는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은연 중 했던 가시 돋힌 말들이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아프게 하지 않았을런지요. 같이 반성해보도록 합시다.


오늘, 당신의 키보드는 과연 안전한가요? 

그리고 어제의 키보드는 어땠나요? 안전했던 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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