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탄생 -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
박현철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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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주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길 바랄 뿐이다. - 헬렌 톰슨


3년 전, 친구와 함께 살며 2년 정도 고양이 집사로 생활한 적이 있다. 같이 살기로 한 친구가 데려온 고양이들로, 모모(복숭아의 일본어로 복슬복슬한 하얀털이 복숭아의 잔털과 닮아서 붙인 이름)와 링고(사과의 일본어로 단순히 어감이 작고 귀여워서 붙인 이름)라는 이름을 내가 붙여주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인간 친화적인 강아지만 키워왔던 내게 있어, 사실 고양이와의 동거는 쉽지 않았다. 영묘하고 위험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강했었기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 개냥이들은 그런 초보집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종일관 무릎 위에 올라와 잠을 청하거나 앞다리로 누워있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걸기 일쑤였다.

   

높은 곳을 좋아하던 두 녀석은 싱크대 위에 올려두었던 컵들을 깨부숴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드는 일이 잦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던 두 녀석은 냉장고 위에 올라가 잠을 청하기 일쑤였는데 처음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해 한참을 찾아다니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영역동물인 두 녀석은 베란다를 통해 한참을 바깥 구경하곤 했는데 강아지를 키웠던 나는 두 녀석이 산책이 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 일어, 그런 모습이 짠하기만 했다. 그래서 가끔은 두 녀석의 원래 집사인 친구 몰래 그들을 이고지고 –무슨 깡이었는지 끈 한 묶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즐기러 나가는 스릴 넘치는 방황(?)을 즐기기도 했다.

   

그런 귀여운 개냥이 두 녀석으로부터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면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감자(작은 볼일)와 맛동산(큰 볼일) 냄새. 두 녀석이 번갈아 들어가며 점령하는 화장실에서 나는 악취는 맡는 즉시 혼절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2분가량 숨을 멈춘 채 녀석들의 화장실을 비워주는데 온 사력을 다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냥이 모두 중성화 수술을 받았었는데, 큰 녀석인 모모는 원래부터 조용하고 우아한 품성을 지닌 녀석이라 그런지 조용히 본인의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뻤는데 깨방정의 절정체인 둘째 링고는 이틀 여를 이리 쿵 저리 쿵하며 힘들어하고 평소와 달리 조용한 모습에 안쓰럽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었다. 물론 그 이틀 후에는 더 깨방정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혼나기 일쑤였지만......

   

하지만 원래 집사인 친구의 취업이 결정됨에 따라 두 녀석과 눈물의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요즘은 가끔 연락을 통해 두 녀석의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이전까지 동물을 키워보지 않았던 그들의 원래 집사는 여전히 책임감이 덜한 사람이라, 나는 항상 문자로 그에게 잔소리를 해댄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긴 사람들이 고양이를 쉽게 파양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가족의 연을 쉽게 끊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말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신 ‘피치 못할 사정이 잘 생기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자’는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집이 아니더라도 쉽게 고양이를 키울 수 있고, 고양이를 데리고 평소 다니던 곳들을 갈 수 있다면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 「집사의 탄생 :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 은 나와 같은 초보집사의 좌충우돌 일기 같은 글로, 두 냥이 들과 생활할 때의 감상에 젖게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초보집사에게 필요한 깨알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그가 키우는 성격 다른 두 고양이들의 귀여움을 전한다. 더불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키움에 있어서는 책임과 이해를 동반해야함을 강조한다. 10년 넘게 함께 살아야 할 반려동물을 입양함에 있어 충분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하나하나 이해를 요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집사를 위한, 참 잘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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