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높새바람 31
박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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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의학박사인 엘리트 아빠, 자식을 최고의 엘리트로 만들고자 프로젝트를 남발하는 엄마 밑에 찬오와 건오가 자라나고 있다. 찬오는 맏이고, 건오는 차남이다. 이 가정은 겉은 화려하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동경을 한 몸에 받는다. 찬오는 엄마의 훈장이다. 반에서 늘 1등이고, 올백을 받는 아이다. 반면 건오는 성적은 평균 80-90점 대로 엄마의 자랑스럽지 못한 아들이다. 자식을 철인 엘리트로 만들고자 하는 엄마에겐 눈 밖에 난 자식이다. 그런 건오는 일 등한 형만 데리고 나가 만찬을 즐기고 온 엄마 아빠한테 군소리 한 번 안 하는 천사표 아이다. 형 찬오가 온갖 영양가 음식을 섭식하고 있는 동안 동생 건오는 생컵라면을 끓여먹다 손가락을 데는 참변을 당하는데도 말이다. 부모의 뜻에 합한 자가 되기 위해 찬오는 올 백을 받기 위해 커닝을 마다하지 않기도 한다. 건오와 찬오는 생명줄인 부모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훈련되어지고 양육되어진다. 일등이 될 수 없다는 좌절 의식 속에 건오가 부모 밑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천사표 아이가 되는 길 뿐이다. 찬오가 항상 일등이 되길 바라는 부모 밑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쉬는 시간에도 문제집을 풀어야 하고, 시험 시간 도중 모르는 문제는 거리낌 없이 커닝을 하는 아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두 아이 중 누가 더 이 세상에서 행복감을 누리며 살아갈까? ‘그래도 일등을 하는 녀석이 인정도 받고,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가지며 뽀대나게 사는 거 아냐? 제대로 공부 못하는 녀석은 부모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열등감 속에서 패배주의에 빠져 힘겹게 살아가지 않을까?’ 라고 통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부모의 훈장, 올백 일 등인 찬오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끕’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드는 틱 장애를 앓다가 종국에는 거북이로 변신하게 된다. 일등만을 강요하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사람이길 포기하는 길밖에 없었기에 그러하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리 잠자가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눌려 벌레로 변신한 동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 속에 동물로 변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모두 깨어진 가정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다. 태어날 때 버려진 아이, 부모가 이혼할 때 서로 책임지기 싫어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다. 동물로 변신으로 변신할 수 없었던 계기는 어른들에게 상처다. 이런 아이들은 한곳에 모여 서로를 사랑하며 돕는다. 그러므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들이 변한 동물의 세계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들은 들어올 수 없는 세계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연약한 할머니만이 함께 한다. 여기서 할머니는 일반 사람이 아닌, 삼신할머니처럼 신비하게 보인다.

차남 건오는 성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엄마의 통제권 밖에 있다. 다행일까? 자연스레, 부모가 아닌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맺게 되고, 배려라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빨리 체득하게 된다. 형에 대한 시기와 질투보다, 거북이가 된 형을 돕고, 아빠가 자기의 잘못한 행동을 건오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말하여도, 도리어 힘을 주고, 위로해 주는 등 너무나 일찍 어른이 된다. 건오가 그나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땅의 수많은 찬오와 건오가 건강한 마음과 정신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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