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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이야기는 이디스(집주인인 노부인)가 죽고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과거로 돌아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는 기록하고 있다.
배리 마틴(쇼핑몰 건설 감독관)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배리 마틴은 쇼핑몰을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쇼핑몰을 완성을 방해하는 인물이 있다. 이디스 윌슨
메이스필드란 노부인이었다.
관계자들은 이디스의 집을 아주 많은 돈을 주고 매입하려고 해도 그녀는 꿈쩍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배리는 이디스를 만나게 된다. 배리는 집을 매입하기보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삶에 들어가 그녀와 함께
생활을 공유하면서 점차적으로 친밀해지게 된다. 결국 그녀의 죽음까지 지켜보게 된다.
이디스의 집에 자주 방문하기
시작한 배리는 이디스가 배리에게 소소한 부탁들을 하게 되고 배리는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병원에 가는 등 외부 활동을
위해 배리에게 부탁하는 횟수와 배리가 그녀의 집에 방문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그들은 서로 익숙해지게 된다. 이디스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주말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녀의 집에 머물렀다가 결국 주말까지도 그녀의 집에 머물렀다. 배리의 와이프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물론 그 와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 곁에는 어머니가 있기에
이디스 돌보는 것을 멈추질 않는다. 이디스의 병세가 악화가 되고 결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간호사는 췌장암이라고
말했다.
강하고 자신만만했던 이디스가 암에 걸릴 거라는 가능성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배리는
이디스를 어느 덧 자신의 가족처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디스의 암진단 이후 당뇨란 소식도 듣게 되었지만 ‘암’이란 진단이 더 컸기 때문에
당뇨는 그리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는 종종 사라졌다.
대개 소동이 그렇듯, 때마침 숲에서 아버지가 걸어 나왔다. 잔뜩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머니가 곧장 아버지 쪽으로 걸어가 대뜸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별일 아닌 듯 넘기려고 애썼다. 길을
벗어났는데 다시 찾는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길을 잃은
거잖아요!”
어머니가 소리쳤다.
“길을 잃은 게 아니야. 개는 집에
가는 길을 알잖아.”
아버지한테는 맞는 말이었다.
210쪽
배리가 쇼핑몰을 짓기 위해 현장에
첫발을 디딘 날로부터 거의 정확히 2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디스의 집은 여전히 쇼핑몰 가운데에
남아있었다.
결국 이디스는 암과 당뇨병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밴이 도착하자 사람들이
이디스를 바퀴 달린 들것으로 옮겼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들이 그녀를 밴에 태웠다. 나는
집에 남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든 방송국 사람들의 취재 경쟁에 쏟아지는 질문을 감당해야 될까봐 두려웠지만,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대단히
차분하고 조용했다.
소파에 앉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
앞에 서서 소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디스 어머니가 바로 이 소파에서
돌아가셨다고 했어. 이디스의 평생소원도 이 소파에서 죽는 거였고, 그리고 지금 그녀는
떠났지.
난 약속을 했어. 그리고 이제
약속을 지켰어. 237쪽
이디스가 죽자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쓴 기록을 보게 된다.
배리는 그 책의 기록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시기에,
다른 유명인들이 그들이 아끼는 친구에게 그들의 사랑과 헌신을 맹세했다.
그들이 아끼는 친구 이디스
메이스필드.
배리는 그녀의 기록을 보면서 그녀의 과거가 살아 숨 쉬는 생명과도 같았다. 그러다가
읽었던 두꺼운 서명집은 어제가 시작된 곳이었다. 이는 앞서 이디스가 말한
“어제가 시작된 곳(Where
Yesterday Began)"이라는 제목이었다. 한 쌍의 남녀가 일몰을 바라보는 장면이 표지 그림이었다. 그림 위에 빨간 글자가 적혀
있었다.
“도미넬리(Dominelli)가
누구에요?”
작가 이름을 보고 내가
물었다.
“돔-이-리-니(Dom-i-li-ni)야” 발음을 바로잡으며 그녀가
말했다.
“도밀리니, 내 필명이야. 어디서
딴 거냐 하면…….”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내가 되묻기 전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59쪽
또한 그녀가 방대한 책을 읽었다는 것(고전들)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자료도 많이
소장했다는 것은 그녀가 과거에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그 이상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리는 두꺼운 서명집을 통해 그녀가
작가였음을 기억해냈다.
이디스가 죽은 후 배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여행을 감행하게 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공사는 계속 진행되어 모습을
드러냈으나 가운데 이디스의 집을 둘러싼 형태의 모습이었다. 그 집은 결국 팔리게
되었다.
그 집을 매입한 자는 이디스의 집을 지금 상태 그대로 지면에서 6미터 정도 들어 올릴
계획이었다. 애니메이션 <업(Up)>에 나오는 작은 집처럼 풍선에 고정해 집을 띄우되,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낼 생각은 아니었다. ~
그는 이디스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크레도 스퀘어(Credo Square)"라고 그곳에 붙일 이름까지 생각해놓았다. 그는 이디스가 그녀만의
”신조(credo)"에 따라 살았다고 생각했다. 281쪽
집을 헐어버리려고 했던 쇼핑몰
건설감독관이었던 배리는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 이디스 윌슨 메이스필드를 만나면서 그 과정에 행복한 일만 있던 것은 아니지만 노부인을 존중하게 되고
죽음까지 곁에서 지키며 그녀의 신조를 지켜주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현재 각박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결국 나의 삶 나의 집은 한 사람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세월의 고통을 이겨내고, 때론 기쁨을 얻으며 살아왔던 앞서 말하고 있는 신조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조를 무너뜨리는 것은 나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그것은 이디스가 지키려고 했던 나의 집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빠는 거의 3년 동안 완전히 이타적으로 헌신했다. 그건 대다수 사람들이 평생 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다. 아빠는 이디스 옆에서 그녀가 신과 함께할 마지막 안식처로 그녀를 인도했다. 나는 아빠를 내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영원히 자랑스러울 것이다.
아빠 사랑해요. 절대 잊으면 안
돼요.
-당신의 딸
이따금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묻는다.
이 편지가 내 대답이다.
282쪽
나는 타인에게 이타적이었을까? 아니면
이기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