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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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스물세 살이 되었다. 시시콜콜하게 모여 놀기 바빴던 친구들도 이젠 생각이 많아졌는지,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았다. 누군가는 취업을 앞두고 있었고, 누군가는 졸업이 코앞이었다.

겨우 20대 초반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눔이 우습겠지만, 각자 나름 진지하게 답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진로 외에도 인생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문득 친구가 나를 한 단어로 정의했다.

“너는… 낭만주의자네.”

나는 낭만주의자이다. 그러나, 나만 낭만주의자인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낭만을 품고 살아간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냉전 시대 사회주의 체제에도 낭만이 존재했다는데, 지금이라고 없을 리 없다. 분명히 당신의 속에도 작은 낭만이 있다.


김이듬 시인은 스스로 어둡고 칙칙한 시를 쓴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인의 본질이 어둡다고 말하진 못 한다. 오히려 시인은 희망과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앞길에 절망과 어려움이 일렁이지만, 유유히 작은 쪽배를 타고 순항하길 반복한다.

시산문으로 구성된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김이듬 시인의 조각 번들이다. 야심 차게 책방을 열며 삶 속에서 모아왔던 조각이 마치 벽에 걸린 가랜드처럼 보인다.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식기가 깨지기도 하고, 동료 시인의 책방은 어느새 저물어져 갔다. 그럼에도 꿋꿋이 2020년 마지막 겨울을 났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안녕’은, 독자에게 전하는 반가움의 표시이다.

책이 당신에게 전하는 것은 ‘로망 처방’이다. 낭만을 잊은 독자에게 로망을 처방해준다. 인생을 방황하며 뱅글뱅글 헛돌고 있던 이들에게 책을 쥐여준다.

‘책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시인은 아끼고 아껴왔던 책을 양손에 쥐여준다. 연필 선이 그어져 있어서 오히려 좋다는 사람, 마감 직전 다급히 뛰어와 시집 몇 권을 소중히 품은 사람, 작은 낭만들이 죽은 세상을 다시 숨 쉬게 해주는 것만 같다.

시인은 시가 아니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시가 아니면 당신을 만날 수 없었기에. 시는 당신 속에도 있다. 당신이 시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책을 집어 들지 않았기에. 시와 글은 낭만이고, 낭만은 심장이다. 아직 눈 내리는 1월, 시린 손을 겨드랑이에 끼워가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안녕, 작은 테이블이여』의 여린 온기 덕분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들었던 ‘따뜻한 마음’이 머릿속에 맴돈다. 누군가 내게 말하길, 글쟁이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라고 했다. 뜨겁다. 그래서 책은 화끈 달아오른다. 재가 되어 공중에 흩어져버렸을 것만 같은 내 미적지근한 심장 또한 시인의 작은 친절에 모습을 감추고 만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척이 하고 싶어서 책을 집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편지를 보내는 둥 여러 방법으로 책 처방을 받는 이들이 있음을 책 속에서 밝혔다. 김이듬 시인에게 보이지 않는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서평을 써내려 나갔다. 친구들과 새벽 통화를 하며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는 내게… 시인은 혹 어떤 처방을 내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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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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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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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없는 세계 - 국경 없는 세계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 / 산지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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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앞으로 앞으로‘처럼, 지구는 둥글기에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가 온 지구를 점령한 지금, 세계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 때가 왔다.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날카로운 시각으로 집어내는 지구촌의 연결고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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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 박정선 비평집
박정선 지음 / 산지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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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 사랑과 연민을 잃은 21세기의 방랑자들이 찾이가야할 잊혀진 성지.
21세기는 혐오와 광기로 얼룩져 타자와 내가 멀어져 간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져 살 순 없다.
타고르는 왜 그토록 뼈에 스미는 고독 속에서 사랑할 것을 노래했는가. 타고르는 방황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답이 되어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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