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의 거미 블랙 캣(Black Cat) 4
아사구레 미쓰후미 지음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도 작품명도 생소한 이 작품에 저는 왠지 마음이 끌렸었습니다. 무언가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제목에서 기존 미스테리 소설과 다른 참신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바 컸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형성의 탈피는 한 편으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 되겠지만, 그것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는 경우는 말 그대로 말짱 도루묵에다가 나의 독서수명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이 작품은 그야말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읽은 미스테리 소설 중 가장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나에게 이 작품이 문제작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을까요?

이 작품은 현실세계에서 상당히 비현실적인 과정을 거쳐 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현실적인 과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독자가 상상하는 초능력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살짝 들어갑니만...) 주인공 다치바나가 교통사고 이후 갖게 된 초능력(?)은 바로 청각의 시각화.

말 그대로 영화 <향수>를 떠올리시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영화 <향수>의 주인공은 남들보다 몹시도 발달한 후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마지막 목표(불멸의 향수를 완성할)를 찾는데 그녀의 향기를 쫓아 머나먼 길을 떠나 결국은 찾아내서...빠각(그녀의 머리 깨지는 소리). 이게 이 소설에서는 소리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책 초반부터 후반까지...너무나도 상세하게 그녀의 소리를 찾아내는 다치바나의 집요함에 저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내용자체는 무척이나 간단하고...반전이나 이런 요소도 없어 보이는데, 이 과정이 너무나도 길다보니 환각 환청 속에서 휩싸여 다니는 주인공에 너무 몰입되서 읽을 때마다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너무 혹평인가 싶어서 한 마디만 변호하자면 이 작품은 작품성은 뛰어납니다(참고로 이 작품은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입니다). 하지만 난이도나 작가의 주관적인 의도가 너무 튀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특히나 국내에서) 참으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인기를 포기하고 작품성을 추구한 느낌. 그 결과는 다치바나와 함께 지난 일주일동안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환상 속에서 보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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