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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 사이의 '관계'란 무엇인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관계'보다는 '나'에 함몰되어 살아온 것이 아닌가. 훌륭한 동양화는 여백도 함께 감상해야 하듯이, 인간세계의 진정한 삶이란 이 '관계'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벼운 만화책으로만 여기고 집어든 이 책에는 그닥 가볍지만은 않은 통찰이 들어있다. '내'가 아닌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나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워버리고만 싶었던 부끄러운 가족, 차버린 옛 애인, 미운 친구를, 책을 접는 순간 아스라이 다시 떠올리게 한다.
혹자는 이 책을 그저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나 읽어치울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그보다는 아껴먹고픈 치즈크림 케잌처럼 야금야금 핥아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용보다 더 비중있게 다룬 정말 '예쁜'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컷 한컷마다 저자의 정성과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다. 장인의 작품을 접할 때 우리가 받는 감동처럼, 이 책은 과연 성실한 작품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마감에 쫓겨, 선불된 원고료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이어가는 시중의 장편소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 '관계'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끝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