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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상봉아, 우울해?'는 무거운 주제를 사랑과 일상으로 풀어낸 따뜻한 에세이예요. 연인의 우울증에 대한 당혹감과 혼란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도,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적절한 거리감과 유머가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향용이는 그 어떤 역할을 앞세우지 않고 연인의 시선으로 상봉이의 우울증을 바라봐요. 덕분에 진단과 치료의 어려움, 약물의 한계, 사회적 편견 같은 무거운 문제들이 자연스러운면서도 무게감있게 전해지더라구요. 대신 함께 게임하고, 요리하고, 집을 환하게 밝히는 소소한 장면들이 읽으면서, 함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우울증이 이미 우리 집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객식구”라는 표현은!! 인정!!
담백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문체에, 어두운 경험을 억지로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고, 향용이의 세심한 관찰과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 에세이 참 좋네요~
우울증의 완전한 치유가 아니라 ‘공존’과 ‘회복의 가능성’에 더 가까운 향용이와 상봉이의 이야기! 치료를 오래 겪고도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과정과, 재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함께하겠다는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결심이 좋았던 책입니다. 굳이 우울증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병을 가진 사람과 그 주변이들 모두에게 도움되는 작가의 시선이라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문장수집
[1]
어느 날 나의 남자친구 상봉이는 게임을 켰다. 나는 어떤 하루, 어떤 순간, 어떤 기억을 잊기 위해 이불에 들어갔는데, 그는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잊기 위해 게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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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면서 자연스럽게 맞을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사소한 갈등을 겪으며,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안고 살 수 있다면 그건 참 다행인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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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곳은 캄캄하고 먹먹하고 때로는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벗어나거나 도망치고 싶은 곳은 아니다. 제자리에 앉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잡초를 뽑다 보면, 어느 날에는 땅을 일구고 있을 것이고 또 어느 날에는 그 자리에 조촐한 오두막을 짓고, 그러다 보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상봉이의 친구들도 초대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