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 사계절 1318 문고 118
최나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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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열리는 순간, 나를 만나는 시간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를 읽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동안 고여있던 내 시간이 갑작스럽게 균형을 잡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나는 그렇게 잠시 어지럼증을 견뎌야 했다.​​ (178pg)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모두 다른 타인과 마음으로 만난다는 건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석균이는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이 아주 서투른 아이이다. 자기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에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조금 고집스럽고 이기적인 면모가 있어도,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주는, 나를 사랑해주는 어머니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홉 달 전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모든 상황은 변하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섭식장애, 일로 바쁘신 아버지, 우리집에 세들어 살게 된 알 수 없는 할머니, 여기다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까지- 석균이의 신경은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어려워하는 석균이를 진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생판 모르는 할머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영역을 어지럽히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싫은 사람일 뿐이었지만, 반대로 나의 환경도 상황도 전혀 모르는, 갑자기 우리 집에 쳐들어온 알 수 없는 할머니기에, 석균이도 솔직하게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석균이가 모든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장면은 할머니의 말마따나 대견하고, 부럽기까지 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묵은 말을 풀어헤치고, 말의 가시를 뽑아 새로이 관계 맺어나가는 용기는 얼마나 가련하고 애틋한지. 이들은 아마 과거를 헤집다, 이윽고 언젠간 길을 바로잡고 미래로 한 걸음씩 내딛을 것이다.

  연욱이와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도, 아버지와 해야할 이야기도, 석균이에겐​ 아직 풀어나가야할 과제가 많다. 그래도 이젠 두렵지 않을 것이다. 석균이는 이제 스스로 이야기해나갈 수 있을테니까.

 ​인간관계에 정답은 없다지만 과거에도 지금에도, 언제가 되더라도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언제가 되면 쉬워질까? 나도 석균이처럼 내 실타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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