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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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단순히 어디를 다녀왔는지 기록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왜 사람은 여행을 떠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나 휴식의 차원으로 보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다른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문장은 김영하다운 날카로움과 간결함을 잃지 않는다. 화려한 수사 대신 짧고 단정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에 직접 닿는다. 여행지를 묘사하는 대목조차 풍경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고독, 해방감을 붙잡아낸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여행의 장면보다 오히려 내 삶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여행의 이유》는 여행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 속에서 인간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집을 벗어나는 것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함이고, 떠나야만 비로소 돌아올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짚어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여행은 단순히 멀리 가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안의 다른 나를 만나러 가는 길임을 알게 된다. 《여행의 이유》는 그래서 실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읽는 것만으로 이미 작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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