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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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 읽다 보면 “아 이거 그냥 국어사전 아니고, 감성사전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들 빠르게 스크롤하며 수많은 단어와 밈 속에 살고 있다. ‘ㅇㅈ’, ‘ㄹㅇ’, ‘TMI’, ‘현타’ 같은 축약어나 신조어가 하루에도 몇 번씩 피드를 오간다. 《보편의 단어》는 그런 언어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자리에 서 있다. 단어를 쪼개 쓰는 대신, 단어를 붙잡아 오래 바라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올드하거나 지루한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단어가 이렇게 다정하고 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면서, MZ세대가 바쁘게 흘려보낸 마음의 결을 붙잡아준다.


읽는 방식도 전통적인 책과는 다르다.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오늘 기분에 맞는 단어 하나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고요’라는 챕터를 읽는 날에는, 시끄러운 단톡방 알림 속에서도 나만의 숨구멍 같은 조용함을 떠올리게 되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에는 어쩐지 예전에 놓쳐버린 고백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MZ세대가 흔히 말하는 ‘랜덤 플레이’ 감성으로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보편의 단어의 강점은 SNS에 공유하기 좋은 문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짧고 단정한 문장이 많아 스크린샷 찍어 올리기 딱 좋다. 그래서 이 책은 혼자 읽는 책이면서 동시에 같이 나누는 책이 된다. “책 한 권 다 못 읽어도, 좋은 문장 몇 개 건져서 피드에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식의 MZ세대식 독서법에도 잘 어울린다.

결국 책은 단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하고, 단어 속에서 삶의 조각을 발견하게 한다.


 MZ세대에게 보편의 단어는힐링에세이라기보다, ‘감성 플레이리스트같은 책이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듯 책장을 펼치면, 익숙한 단어가 새로운 음악처럼 들려온다. 그래서 보편의 단어는 피드 속에서 잠시 멈추게 하고, 바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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