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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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사람은 다 다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린 때로 잊고 산다.

아마도 자신을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씨가 고와서일테다.

마찬가지로, 나 이외의 이들도 자신에게만큼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그러면서도 유별나게 예민한 사람이 있다.

인풋은 같은데 아웃풋이 너무 다른 이들.

우린 이들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제목부터 적나라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매우 예민한 당신 혹은 당신의 가족, 친구,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예민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예민한 조각 하나쯤은 누구나 있기에

(만약 없다면 당신은 대인관계도 원활하고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완벽한 사람!)

혹은

주변의 예민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만하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예민한 사람의 유형과 유명인의 성공 및 극복 사례를 담아냈기에

공감이 쉽고 고개가 심하게 끄덕여지는 사례가 많다.

(물론 나는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예민하지 않고 오히려 둔하다면 둔한 나조차 공감 가는 사례가 많았다.

 

 

"인간관계가 잘 형성되면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사람은 부모이고 이는 성철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날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치 상류의 모난 돌이 강을 타고 내려와 동글동글해지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의 영향으로 생각과 태도가 부드러워집니다." p.150

 

 

유아기에 부모와의 교류는 이후 삶의 방향을 넌지시 잡아준다.

태어나서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부모와의 올바른 정서적 교류를 성립하지 못하고

가정이 울타리란 관념을 갖지 못하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의 결핍이 무의식에 잠재되어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럼에도 변화의 여지는 충분하다.

성인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관계를 선택할 수 있음이다.

이는 나의 예민함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단 뜻이다.

직장에선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을 할 시엔

본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나의 예민함을 대인관계로 어르고 달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좌절을 견디고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내가 견딜 수 없는 심각한 좌절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안전기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나 친구 혹은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하지 말자.” p.294

 

 

예민함을 받아주는 울타리를 안전기지라고 칭해보자.

이 안전기지는 부모나 친구 혹은 주위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안전기지를 미처 세우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땐 주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병원에 가거나 상담받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예민함을 알고 아픔을 직시해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나 가족 때문에 예민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족의 문제점을 보기 전에 자신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그들에게 들였는지 돌아봐야 한다.” p.320

 

 

가정의 불화에 예민함이 기초할 경우엔,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나의 예민함을 돌이켜봐야 한다.

그리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보자.

 

나는 내가 세상에 어떻게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발견되니 않은 채 내 앞에 놓여 있는 진리의 바닷가에서 놀며, 때때로 보통보다 더 매끈한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를 찾고 있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p.59

 

 

위에 인용구는 뉴턴의 명언이다.

뉴턴 역시 예민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뉴턴은 유복자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며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이별하여 가정의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이로 기초한 예민함과 트라우마는 뉴턴을 우울증과 편집증에 이르게 했다.

유별난 뉴턴의 예민함은 부정적 영향도 끼쳤지만

예민함에 기초하여 만유인력의 법칙, 물체 운동에 대한 3원칙 등의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

 

글을 쓰는 것으로 '가면 쓰지 않은' 자신을 찾았던 사람이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불행은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p.63

 

 

위는 윈스턴 처칠의 사례다.

그는 자신의 우울증을 '블랙독'이라고 칭하며 내면의 우울을 형상화했다.

그는 '블랙독'을 글과 창작을 통해 극복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말년엔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내면이 무너지게 된다.

글로 자아를 드러낸 자가 글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은 상상하기도 무섭다.

 

 

 

잊어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다. 치매처럼 단기기억을 잃어버리는 것과는 다르며, 필요 없는 기억을 자연스럽게 잃어버리는 것은 때로 매우 중요하다.” p.296

 

 

시험 공부를 할 땐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있었으면 싶다.

한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갖고 싶단 상상을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생각해보니

그건 저주다 저주.

반대로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다.

잊을 수 있기에 다음을 기록할 수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불행한 일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노력을 통해서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 p.313

 

 

위의 인용구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온전하게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진 않는다.

 

과거의 기억은 과거대로 의미가 있고 간직해야 하지만 그 기억에서 나오는 감정에 현재의 내가 휘둘리면 안 된다.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p.323

 

인용이 너무 많다.

그만큼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아마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맥락은

'과거에 휘둘려 현재의 나를 소홀히 여기지 말자'

다르게 말해서

'현재에 충실하자'

인듯하다.

.

.

간만에 읽은 굉장히 좋은 책이었다.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 예민함을 극복하여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사례,

예민함을 극복하는 방법, 예민함을 다루는 방법 등

현실에서 쓰임이 용이한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부록으론 예민함을 측정하고 다룰 수 있는 표가 딸려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란 제목에 충실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홍보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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