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물건 -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
모호연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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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도 아닌, 반려 물건이라니.

이 책을 처음 마주하고 든 생각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반려 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반려 물건을 키워본 적은 있는 듯하다.

그리고 힐끗 내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곳곳에 나의 반려 물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

반려 물건의 저자 모호연 작가님을 한 번도 뵙진 못했지만,

왠지 동질감이 든다.

아마도 그건, 아니 확실하게 그건, 저장증일 것이다.

저장증.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절대 미니멀 라이프를 즐길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가엾은 이들의 병명.

방엔 안 쓰는 물건이 함정처럼 숨어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도 이쁘면 집으로 분양해온다.

가격 상관없이 맘에 들면 사 오고,

용도는 같지만 디자인이 다르면 역시나 지갑을 열게 된다.

버리거나 되팔기엔, 언젠가는 쓸 거 같고, 무엇보다 아깝다.

이처럼, 반려 물건에선, 미니멀 라이프를 원하지만 뜻하지 않게 저장증을 앓아 물건을 차곡차곡 모으며 희열을 느끼는 이들에게 물건 모으기의 기쁨을 공유하며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준다!

(읽으면서 나와 같은 부류를 만나게 되어 무척 행복했다)

 

 

반려 물건에서 저자의 반려 물건을 소개받았으니, 그 답장으로 나의 반려 물건을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BRG 김몽스' 각인이 새겨진 세상에 하나뿐인 라미 만년필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나의 탄생일에 친구가 준 생일 선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 부류의 색과 만년필의 아찔한 필기감은

쓸데없는 것도 자꾸 끄적이게 만든다.

그전까진 '동아 스피디볼 0.7'을 즐겨 썼지만,

요즘은 라미 만년필만 들고 다닌다.

이 녀석을 시작으로 만년필 수집이 본격화될 것만 같다.

 

다음은 '파카 조터 샤프'.

겉모습은 볼펜이나 만년필을 연상하게 하지만,

샤프가 확실하다.

'파카 조터 샤프'7년 정도 쓰다가

올해 초에 망가져서 같은 샤프로 또 샀다.

(고장 난 샤프도 아직 안 버렸다)

자그마한 사이즈가 나의 작은 손에 딱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쁘다!

필기구 수집도 즐겨 하지만, 샤프만은 이 친구만 사용한다.

오랜 기간 사용해온 '파카 조터 샤프'에 대한 존중이랄까

'소비 생활을 알려면 고개를 들어 지갑을 보라'

책 중 이런 챕터가 있다.

그래서 내 지갑을 꺼내봤다.

아니나 다를까.

수납공간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나의 카드 지갑엔

카페 쿠폰만 4장이다.

과연 10개의 도장을 다 모을 수는 있을까.

얼마 전에 새롭게 추가된 교보문고 카드도 있길래 집에 살포시 두고 왔다.

(지갑이 터질 거 같아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노트북과 카메라 중, 무얼 살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당시 갈팡질팡의 정도는 햄릿과도 같았다.

(과장이 아니다)

결국 실용성에 무게를 둔 노트북을 샀고,

카메라에 대한 미련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나의 탄생일에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바로 '코닥 필름 카메라 M35'이다.

'토이카메라'로 불리기도 한다.

아날로그의 기운이 물씬 나는 이 카메라는

27장 정도의 사진을 찍은 후에 인화할 수 있다.

아직 몇 장 찍진 않았지만 인화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나의 반려 물건은

'프라이탁'의 리랜드 가방과 빨간 레고맨이다.

'프라이탁'은 방수포와 안전벨트를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리사이클 브랜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굉장한 인기를 몰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파랑과 흰색의 청량한 조합 때문에 저 가방으로 샀다.

참고로 '프라이탁'의 모든 가방은 각자 디자인이 다르다.

가방의 재료가 재활용품이기에

각자 손상의 정도, 색감의 뚜렷함, 색의 조합이 다르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가방인 것이다!

저기 위태롭게 달려있는 빨간 레고맨은

고양 스타필드에 있는 장난감 랜드?에서 샀다.

보자마자 꽂혀서 바로 샀다.

볼 때마다 흐뭇하다.

 

정신없이 나의 반려 물건을 소개하다 보니 시간이 훅 갔다.

반려 물건의 저자가 이 책을 썼을 때의 기분을 알 듯하다.

굉장히 기분 좋다.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고 싶지만,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저장증을 앓고 있다면,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어딘가에 죄책감이 든다면,

반려 물건을 읽고 시원하게 물건을 지르자!

당신 혼자만 물건 수집을 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통장 잔고는 확인하면서 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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