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 도구 -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이진주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일지라도, 나에게만큼은 오직 하나로 남은 물건이 있다. 다시 사게 되더라도 굳이 특정 브랜드의 특정 물건을 고집하고, 구하기 어렵게 되면, 더 높은 돈을 얹어서라도 구하고자 한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나는 저장증이 있다. 잉크가 다 달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빈 껍데기뿐인 볼펜을 상자에 모아놓고, 언젠가는 쓰게 될 거란 믿음으로 새로운 공책과 문구류를 마구 사들인다. 버리진 못하고 차곡차곡 모으기만 한다. 덕분에 내 방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때론 물건을 사람보다 더 아끼는 나에게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월간 생활 도구는 놓칠 수 없는 지름 찬스였다. 월간 생활 도구는 마흔여섯 개의 도구를 열두 달의 흐름에 따라 엮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달에 어울리는 물건을 정하고 추천한다.

이번 글에선 월간 생활 도구에 나오는 물건과 평소에 내가 쓰는 물건을 함께 소개해보겠다!(자랑은 아닙니다.)

 

월간 생활 도구을 읽고, 이 글을 쓴 장소는 마침 엔트러사이트 서교점이었다. 엔트러사이트는 드립과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는, 수제 중의 수제 카페이다. 마침 월간 생활 도구목차 중 1월에선, 드리퍼와 모카 포트를 소개한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힐끔힐끔 들어오는 주말,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 일어나 뻐근한 몸을 기지개로 풀어주고, 상쾌하게 커튼을 친다. 까칠한 햇빛 탓에, 눈을 찌푸린 채 창문을 등지고 부엌으로 향한다. 그리곤 미리 갈아놓은 원두를 드리퍼에 놓고, 뜨거운 물을 위에 졸졸 뿌린다. 향긋한 커피향과 따뜻함 김을 놓치지 않고 음미한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미각과 후각을 함께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곤 머그잔에 방금 내린 커피를 찰랑거리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홀짝, 한입 마신다.

 

,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나의 로망이다. 이 로망을 조금이라도 충족하기 위해 나는 모카 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카페에 자주 놀러 간다. 월간 생활 도구에선 모카 포트를 소개한다. 모카 포트의 재질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나에게 모카 포트를 사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줬다.

 

3월의 물건 중에선, 연필이 있다. 나는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심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촉감을 좋아한다. 연남동에 있는 '흑심'이라는 연필 가게에서 굳이 연필을 사기도 한다. 이처럼 연필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덕분에 연필은 필통 한켠, 책상 위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그중 월간 생활 도구에선 '파버 카스텔'이란 브랜드를 소개한다. 문구점에서 한창 아르바이트를 할 때, 유독 미술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가 바로 '파버카스텔'이었다. 연필뿐이 아닌, 색연필로도 유명하기에 사람들이 자주 찾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파버카스텔'이 연필의 진하기와 강도를 나누는 H~B의 기준을 처음 세웠단 사실은 '~역시 그렇군'하는 반응을 안겨줬다.

문구류 덕후인 나 역시 연필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최애 필기류는 '파카 죠터 샤프'라고 말할 수 있다. 첫 파카 샤프를 8년가량 쓰다가, 촉이 부러져 얼마 전에 똑같은 모델을 새로 장만했다.(똑같은 모델을 새로 장만했다는 말이 참 웃기다.) 비주얼은 볼펜이나 만년필을 떠올리게 하지만 알고 보면 샤프란 점이 내가 이 샤프를 굳이 찾아 쓰는 이유 중 하나이다. 손이 작은 나에게 만족할만한 그립감을 주기도 한다.

 

9월의 물건 중에선 책갈피가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물건이다. 월간 생활 도구에서 소개하는 책갈피도 꽤 쓸만해 보이지만, 나는 재빠르게 내 독서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소소문구'에서 산 책갈피를 추천할 것이다! 지금은 문을 닫은 '소소문구 망원소품샵'에서 단돈 1,500원에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자인도 이쁘고 무엇보다 실용성이 어마어마하다. 책이 구겨지지 않으며,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이 녀석 역시 책갈피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우연히 주웠던 책갈피다. 지금은 김민영 시인의 시집인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고양이 사진과 함께 끼워져있다. 저 상태로 있는 게 나에겐 의미가 커서 자주 쓰지는 않지만, 잊지도 않는다.

 

이건 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갤럭시 버즈를 나는 문진으로 쓰기도 한다. 책장과 유인물이 넘어가지 않게 두는 문진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살 정도로 애타진 않기에, 나는 갤럭시 버즈를 문진으로 쓴다.

언젠가 카페에 갔는데, 거기선 조약돌 같은 걸 휴지 위에 올려놓고 문진으로 쓰고 있었다.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이런 돌로 된 문진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게임기, 비누, 램프 등 다양한 물건을 월간 생활 도구에서 소개한다. 소장 욕구가 마구 솟아나는 물건이 개성 있게 소개되어 있는 카탈로그 형식의 책의 절정은 바로 마지막에 있는 인덱스다. 여기선 월간 생활 도구에서 소개한 마흔여섯 개의 물건에 대한 자세한 상품명, 규격 등이 소개되어 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구매하고자 하는 독자에겐 좋은 안내가 될 듯하다.

좋은 물건을 찾고자 하는 독자와 소비자의 손에 월간 생활 도구을 한 권 쥐여주는 것 자체가 좋은 물건을 주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