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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 - 10년 후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낯설기만 했던 인공지능이 어느덧 스마트폰마다 장착되어 있고(시리야!) 알고리즘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채널을 추천받는다. (필자는 킹덤을 추천한다.) 지도 어플은 내가 위치한 곳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추천해 준다. 이처럼 우린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을 누리고 있다. 개인 정보가 침해받는 기분이 들곤 하지만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들이다. (약관 사용에 동의도 했을 것이다.) 이 정도 편리함을 누리다 보면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구나!" 하고 나라사랑이 벅차오를 수도 있다. 하나, 그렇지마는 않다.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에선 한국이 지금 같은 상황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처하다간 몰락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또한,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은 몰락을 중심으로 한 미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여기서 몰락이란 부정적 의미만이 아닌, 붕괴가 있어야 새로운 출발이 가능함을 아우른다.)
우선, 한국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는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정치-> '빨갱이 담론'을 바탕으로 형성된 정치 양극화
2. 경제-> 소득과 자산, 노동시장의 양극화,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3. 사회 -> 젠더 갈등, 세대갈등
4. 규제-> 포지티브 규제(허용된 것 이외에 전부 규제)로 이익 취하는 집단의 지위 유지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반대
5. 행정-> 수직적, 억압적 중앙집권체제와 행정 지역 구분을 통한 '선극기'식 공급자 중심행정
6. 교육-> 공교육을 앞서는 사교육, 시험 만능주의에 빠진 청년,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 못하는 국가
위의 6가지 요소를 가로지르는 문제는 바로 양극화다. 혁신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에선 공동 목적을 공동선과 공동부로 세분화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선과 공동부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낙오자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에서 거듭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규제 개혁,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형성, 공유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활성화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원유인 데이터와 클라우드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다. 허용된 것 이외에 전부 규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기업의 혁신적 시도를 옭아매고 결정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다. 따라서 법률상 금지된 것 외에 전부 허락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규제 완화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이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쉽게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하되, 오남용에 대한 엄벌주의를 장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책적 역량이 필요하다.
다음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구조다. 한국에서 실패는 곧 낙오자가 됨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자에게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한다. 자연스레 연구자는 성공에 집착하게 된다. 점차 안정적인 연구만을 추구하고 이익집단으로 몰락한다. 한국이 연구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코리아 패러독스'에 빠지게 된 것도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의 몫이 두둑하다. 기업가 역시 혁신적인 시도를 두려워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양적 평가 방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양적 평가 방식은 연구자의 장기 프로젝트 진행을 막는 원인이다. 또한, 혁신적 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동기부여를 하고 제재가 아닌 보상 위주의 성과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어서 연구자에게 예산 운용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불법적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위의 개혁을 바탕으로 연구자와 기업가가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은 퍼스트 펭귄이 되고자 하는 기업가들이 혁신을 주저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구조로 포용적 제도를 제시한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권과 공평한 경쟁을 위한 법 체제가 확립되고 새로운 기술을 위한 투자와 기업 활동이 보장되는 제도를 뜻한다. 이 역시 정부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다.
4차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공유경제로 이어진다. 제품 종류 다양화, 제품 수명 단축,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거래. 위와 같은 현상을 통해 소유보다 공유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공유경제로 진입하지 못함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누리지 못함으로 이어진다. 물론 공유경제에도 부정적 효과가 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만, 생산을 감소시키며 독점적 사업의 폐해가 존재한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허점을 블록체인이 보완해 줄 수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권위 체계 없이도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과 공유경제를 결합한다면, 신뢰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바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이루고 있는 한국에선 국회가 이 역할을 맡는다. 하나, 현재 한국의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태다. 각자의 정당과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이다. 현재의 정부는 권력이 중앙으로 집중되었으며 수직적 구조를 갖췄다. 따라서 협치의 개념인 거버넌스를 통해 권력 이동을 수평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를 위해선 신뢰의 기술인 블록체인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된다. 블록체인과 거버넌스는 수평적, 분배적 성격을 띤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둘의 공존은 신뢰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중앙 집중적 지배 구조를 분산적 신뢰로 재구성하고 권력의 계층 구조를 분산 구조로 바꾸어 거버넌스 구조를 갖춰야 한다.
완벽해 보이는 거버넌스지만, 역시 비판점이 존재한다. 거버넌스 구조는 대화가 문제 해결로 귀결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이를 위해선 기존 제도적/조직적 처방과 결합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일부를 위한 대의민주주의 체계를 다수가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로 바꿀 수 있을 것이며 가까운 미래엔 시민 다수의 생각이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목표가 성과주의가 아닌 책임 주의로 개편되어 공무원과 정부가 공익실현에 진정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의문점이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는 거버넌스 체계는 수평적이며 분산 구조를 이룬다. 이러한 구조는 시민 모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나, 의견이 있음에도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여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계층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신기술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인계층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시스템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권력 이동을 받아들일까? (책에선 혁명을 제시하긴 한다.)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선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경제, 사회 등이 혁신을 이뤄야 하며, 혁신을 위해선 역시 공동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동선이 부재한다면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입장 차이로 목표가 지연되거나 좌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의 미래'와 '미래의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각각에 따른 정부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공동선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또한, 결론적으로 공동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모두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공동선이 필요하단 말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2030 카이스트 미래경고』대한민국의 암담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 진단하며 희망 시나리오로의 진입을 위한 전략과 대안을 도출했기에 낙관적으로 시도되는 통상적 전략과 위기 극복 제안이 아니란 점에서 차별화가 되어있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한국의 문제를 진단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선두자가 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골든 타임 중에 있다. 한 번에 모든 개혁이 이뤄질 순 없겠지만 차근차근 사회적 합의를 맞추어간다면 양극화를 해결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작은 분명 4월 15일 총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