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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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포스트잇을 하나 새로 붙였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한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과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의 작가, 러셀 로버츠가 한 이야기이다.

감사한 기회로 읽기 시작한 이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심'이라는 것은 결국 선택하기 위한 최종적인 행위이니까.


📖
최근에는 이런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는 편이다. 목차를 펼치고, 마음에 드는 파트를 먼저 읽는다. 소설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이 아니기에 대체로 큰 문제는 없다.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의 글'을 지나 내가 펼친 곳은 98p, '6장 - 인간의 성장'이었다.

'쾌락과 목적 사이에서 삶의 균형 잡기'라는 부제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직도 '쾌락'만을 바라보는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한 6장은 역시 내 머리를 댕- 울리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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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면 당신의 자아감이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바뀐 자아감은 다시 당신이 삶을 경험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다.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떻게 삶에 의미를 줄 수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삶의 중대한 결정'을 위주로 다루다 보니 결혼, 출산, 이주 같은 큼직한 순간들을 예시로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다소 공감되지는 않았지만, 대신 다윈이나 카프카의 결혼 '장단점 목록' 같은 흥미로운 요소들도 들이었다. 역시, 작가의 전작 소재인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

"이들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생의 목표 또는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가, 무엇이 옳은 일이며 미덕인가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그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쾌락보다 고통을 더 많이 겪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이들 측면을 중시하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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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적 성장'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쉬이 알 수 없다는 그 궁극적인 목표. 나도 아직 한참 먼 사람이기에 단기적 쾌락만을 좇는 멍청이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책의 끝에서는 나도 그 '인간적 성장'을, 궁극적 목표를 따라갈 방법을,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당분간 쭉 함께할 것 같은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다 :)



+)
마지막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 글 발췌문으로 마무리한다.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이다. (...)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삶을 아름답게 해 준다. 실행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으로 결정했음에도 바라지 않던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저 선택일 뿐이다.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면 된다.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며 애당초 '옳은 결정'이란 없었으니까. 과학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되 때로 과학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게 겸손의 미덕이다. 우리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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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의 돌핀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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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덕분에 뒤를 보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해. 알면 안 되는 걸 알아 가는 느낌 같기도 하고, 아슬아슬해 모든 게. 너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도 모두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야."

내 이야기 같았다. 알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더 알고 싶기도 한 그 경계에 서 있는 느낌. 욕망하지만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이 모든 걸 말하고 싶으면서도 말하면 안 된다는 머릿속의 외침까지. 그래도 혹여나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나의 등을 두드려 주는 이가 있다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SF의 세계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2023년 지구의 현실과는 아주 다른 세계를 그리면서도, 동시에 다를 것 없는 이야기와 감정이 흐른다.

한요나 작가님의 첫 소설집, 《17일의 돌핀》 속 첫 단편이자 책 제목과 같은 <17일의 돌핀>은 연애의 미묘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마음,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상대의 모습에 낯설어하는 나, 그 모든 것에 대한 생각과 끊임없는 상상이 그곳에 있었다.

🪐
"떨린다는 건 감정일까, 감각일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 걸까. 너일까? 너랑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일까. 아니면 이 음악일까."

내가 최근 몇 년간 가장 자주 했던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이 '관계'와 '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가 즐거웠던 이유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인지, 함께하는 그 순간 자체인지, 그저 그 사람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름의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감정'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17일의 돌핀> 속 둘은 '떨림'을 설렘, 그리고 두려움으로 각자 다르게 느낀다. '두려움'이라 말했던 이는 뒷걸음쳤고, '설렘'이라 말했던 이는 자신의 변화에 단편적으로나마 기뻐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그들의 복잡 미묘한 그 관계에 자연스레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
《17일의 돌핀》은 '개인'에 집중하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한다. 연인과의 관계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흔들리는 개인, 지난 상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개인, 모든 것을 딛고 일어나 삶을 개척하려는 개인까지 이곳에 있다.

잔잔하면서도 환상적이고, 나를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면서 그 속에도 길이 있다고 속삭이는 작품, 한요나 작가님의 《17일의 돌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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