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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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살메르에는 빅키라는 아이가 살고 있다. 몇 년 전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고기잡이배로 팔려 갔다가 탈출한 아이. 그렇게 만난 어떤 아저씨, 지금은 삼촌이라고 부르는 이에게 거두어져 행복을 꿈꾸었던 아이.

하지만 그 행복은 찰나였음을,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버린 아이.

그냥 학교에 다니고 싶을 뿐인 8살 빅키였다.


📖
"눈물이 마르게 바람이 불면 좋겠는데. 누가 우리를 닦아 주지 않아도 우리가 빛날 수 있을까." _p.52

이지은 작가님이 인도, 캄보디아, 태국 등을 여행하며 만난 아이들을 보고 쓴 책, 『빛날 수 있을까』.

나도 문득 예전에 갔던 캄보디아 여행이 떠올랐다. 무슨 강인지 호수인지를 보라며 가이드님이 내려준 곳에는 초등학생, 혹은 그것보다도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손에는 3개에 1달러쯤 하는 팔찌를 잔뜩 든 채로.

일행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저기 막 주기 좋겠다며 팔찌를 잔뜩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멀리 쭈뼛쭈뼛 서 있던 아이가 어른의 부름에 집(으로 보이는 천막)으로 뛰어가더니 이내 큰 소리가 들렸고, 아이가 펑펑 울며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팔찌를 팔지 못한 아이를 엄마가 혼낸 거라고 했다.

혼비백산한 일행들은 가진 돈을 동전까지 싹싹 모아서 아이의 팔찌를 모두 사주었다. 그리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차 안,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 어쩌면 우리의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저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팔찌를 팔게 하려고 아이에게 또 모진 말을 하며 내쫓지 않을까.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인 건 아닐까.


🩶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고자 해도 막막한 문제들이.

하지만 빅키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아이들에게 굳이 이런 시련을 주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잘 굴러갈 수 있다.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출산율, 출산율 노래하기 전에 이미 태어나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미혼모/부, 베이비박스, 수많은 보육시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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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 수 있을까』빅키에게, 빅키의 친구 티티에게,
모든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

"너희는 충분히, 언제나, 언제든 빛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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