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든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 수많은 책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가 되는 책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외면당하고 잊혀진다.

그리고 책장을 가득 메우는 책들을 새로 읽기도 바쁜데 다시 한 번 손이 가는 책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은 재독을 하게 한, 적어도 내게는 특별함이 있는 그런 책이었다.

 

 

어찌보면 여느 경제학 서적에서도 종종 다뤄지는 이론과 예시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그 이론들을 다룸으로써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갖느냐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재미있는 이론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그중에 특히 기억나는 몇가지가 있다.

 

"으이그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떠올려보면 이런 류의 말을 쓰거나 들을 때가 참 많다.

이러한 심리현상을 '사후 과잉 확신'이라고 한다.

지금 현재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확신을 가지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현재가 과거가 되고나면 '그럴 줄 알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런 적이 많아서 참 뜨끔해졌다.

그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됐을 것을.

'과거는 현재의 눈으로 볼 때만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또 우리는 언제나 원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도 채우지 못하고 계획이나 목표를 포기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을 꼭 의지부족이라고 몰아세우기만 할 문제는 아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이 현재의 의지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 현재는 금연이든 다이어트든 공부계획이든 불굴의 의지로 해치울 것 같다.

또다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사람도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불태운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힘든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젊음과 열정만 가지고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의 의지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 채, 여러 상황 요인들을 고려하며 맑은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작가가 인용한 한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한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는 있지만, 한가지 자유는 빼앗아 갈 수 없다. 바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삶에 대한 태도만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

삶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느냐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이다.

그동안 갇혀있던 자기중심적인 착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올바른 프레임을 갖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은 항상 객관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프레임에 따라 달리 경험될 수 있는 본질적 애매성을 갖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평가나 내용들을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준다기보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드러낸다.

우리는 현재의 자신을 `챔피언`으로 보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기꺼이 `얼간이`로 치부하고 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웬만한 것들은 다 사소하게 보이는 법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 같을 때 자신의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그 선택이 어떻게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독사 (孤獨死)'

그제 저녁 뉴스에서 이 단어를 처음 들었다.

5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지 6년만에 백골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화면에는 그사람의 집에 걸려 있던 빛바랜 2006년 달력이 비춰졌다.

어쩐지 가슴이 갑갑해져왔다.

 

 

그리고 그날 밤,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도시 마지막장을 읽고 난 뒤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소설 속 배경인 '유메노'시는 3개의 읍이 합병해 생긴 신설 지방도시이다.

이 곳에서는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쇠락하는 골목상권, 급증하는 이혼, 도박, 매춘, 은둔형 외톨이, 가정폭력,

높은 실업률과 노령화 된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과 갈등, 신흥 종교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등장한다.

이 꿈의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저 막장 드라마처럼 코웃음치며 비웃어 넘길 만한 것들이라면 좋으련만

요즘 뉴스의 단골 소재이며 내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제들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지도 모르겠다.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니시다는 생활보호대상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일을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받아 살고자 생활보호 수급자가 된 사람들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그는 대상에서 탈락했다.

난방도 전기도 전화도 되지 않는 집에서 그의 어머니는 동사한다.

애초에 사람이 신이 아닌데 그자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편하게 놀고먹고자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자가용이 있으면 수급자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그러나 타산이 맞지 않는 공영주택단지가 버스노선에서 제외된 후 자가용이 없으면 끼니를 해결할 수도 아픈 어머니를 모실 방법도 없다.

공무원들에게 그런 융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저 메뉴얼에 따라 수급자를 정할 뿐.

어떻게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수급 대상을 줄이기 위해 뛰어다니는 시청 공무원들은

소설속에서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일즈 사기꾼들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도쿄의 대학생이 되는 꿈을 가지고 공부하던 여고생 후미에는 집에 돌아가던 길에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 노부히코는 자신을 게임속 주인공으로 착각한 채 살아가는 은둔형외톨이이다.
후미에는 납치되어 벽장에 갇혀 생활하지만 탈출 기회가 생겨도 적극적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돌아간 이후의 삶이 두려운 것이다.
납치당한 일주일간 그녀는 그저 감금되었을 뿐 성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녀는 평생 납치 성폭행 피해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게 될 것이다.
가련하게 여기는 시선, 호기심 어린 시선과 함께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것이다.
가끔은 무관심보다 더 무서운 게 관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어두운 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런 책을 읽고 난 뒤엔 늘 드는 생각.

'읽지 말 걸 그랬다.'

착한 사람들은 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죗값을 치르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제발 좀 그만큼 풍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어릴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는게 사람을 참 지치게 만든다.

 

 

「거대자본이 지방도시를 제압하는 건 그야말로 간단하다. 기존의 개인 상점을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독주 체제가 형성된다. 그리고 역 앞 재래 상점가는 온통 셔터를 내린 폐허가 된다.」

「그러고 보니 눈물도 멈췄다. 강해진 게 아니라 부조리한 환경에 익숙해 진 것이다.」

「사는게 팍팍하면 사람들은 하느님이나 부처님에게 매달리게 되는 걸까. 어머니는 걸핏하면 점쟁이를 찾아가곤 한다. 유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유메노에 신흥종교 단체나 점쟁이가 유독 많은 것은 불행한 인간이 그만큼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에코는 고독감을 느꼈다. 가족이 있어도 그 가족이 고민의 씨앗이다. 형제는 타인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자식들은 그보다 더 무서워서 하소연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냉대가 돌아온다면 자신은 나락의 밑바닥에 굴러 떨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임 안에서 - 1%의 차이가 만드는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 프레임 안에서 1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정지인 옮김 / 정보문화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한 아저씨가 대뜸 물었다.

"도대체 뭘 그렇게 찍고 있는 거요?"

당시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 자신도 뭘 찍고 있는지, 그걸 왜 찍고 있는지 몰랐기에..

지금의 나는 그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프레임 안에서]의 저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비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어떤 것을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담고, 그리고 왜 찍는지,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비전이라고 한다.


다른 대부분의 사진 관련 서적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사진을 찍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팁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이 내 맘을 사로잡은 것을 다양한 이론과 팁을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점에서 비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간과하고 있었던 것,

'왜' 사진을 찍느냐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찍느냐 라는 고민은 그동안 줄곧 해왔었다.

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공부하고, 구도에 대해 고민하고, 도구의 한계를 탓하기도하고, 좋은 장소를 찾아다녔지만

'왜'라는 고민은 늘 마음 한켠에 미뤄두었다.


내 사진의 비전을 찾아내는 그 첫걸음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사진으로 찍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아는것'이다.

나는 풍경 속에 어우러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좋고,

실루엣이나 반영처럼 정형화된 정물이 어딘가에 비춰져 새로이 보이는 모습들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담긴 생생한 사진이 좋다.


이제는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기 보다는 고민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내 프레임 안에 담고 싶은 것과 빼야할 것을 충분히 고민하고 내가 그것을 왜 담고 싶은지 생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비전을 갖고 영감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저자가 제안한 몇가지 방법이 마음에 남아 옮겨본다.

1. 사진집을 본다.

2. 자신의 사진 중 좋아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라. (비슷한 점들을 꼽아보고 그것과 반대로 촬영해보면서 굳어버린 습관에서 벗어나보라)

3. 규칙을 깨라. (규칙에 사로잡혀 겁먹은 나머지 해보지 못한 것들을 충분히 해보자)

4.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라. (뭐든 좋으니 특정 주제, 과제를 정해보고 그 과제에만 집중해서 촬영해보자)


저자의 조언대로 굳어버린 습관에서 벗어나 나만의 과제를 정하고 창조력의 근육을 단련시켜가고 싶다.

나 혼자 좋아서 만족하고마는 사진이 아니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마음 - MIT 경제학
러셀 로버츠 지음, 김지황 옮김 / 월드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경영학과를 나왔고 경제 관련 과목을 그렇게 들었어도 실제로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경제 지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 책에서는 딱딱한 수업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생각들, 질문들을 통해서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고등학교 경제학 선생님과 영문학 선생님의 로맨스 안에 경제학 원리를 녹여낸다는 특별한 장치를 통해 쉽게 경제학에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노동자들의 천국이었던 소련에서 즐겨 쓰던 표현을 아세요? '우리는 일하는 척하고, 그들은 봉급을 주는 척하지'였어요.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이윤을 내지 못하는 많은 공장들이 폐쇄되지 않고 운영되면서 경제를 갉아먹고 있어요. .......... 이것은 이기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예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장작을 많이 구해서 겨울을 나게 해달라고 누군가를 고용했는데, 그가 그 장작을 여기저기 나눠준다면 그게 옳은 행위인가요? 아니죠. 비도덕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어요. .......... 우리가 한 기업의 CEO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그는 재산의 관리인일 뿐 소유자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해요. 이윤은 재산 관리인의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가 할 일은 기업 전체의 건전화를 위해 이윤을 분배하는 것이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개념이 흔들린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에 당연히 그것들을 사회로 환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회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므로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해서도 안되며 그들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이 책에서 샘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마음이 그를 거부하고 있다. 로라가 그랬듯 샘의 주장을 무자비한 경제학자의 궤변이라고 밀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삶은 현실이야. 거기에는 수많은 좋은 시절과 어려운 시절이 있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거지. 계곡에서 힘겹게 빠져나온 사람에게만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법이다. 던질 때마다 고기가 낚이는 곳은 천국이 아니야. ...... 정부가 너희를 위해 법으로 선택의 범위를 좁혀서 좋은게 뭐지? 그것은 인생이 아니야. 만일, 처음에 했던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정부가 나서서 분노와 질투, 탐욕, 부패, 또는 폭력을 없앨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인생이 아니야. 그런 세상에선 삶이란 게 있을 수 없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곳. 그 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노력하지 않아도, 고민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는 삶은 행복한 삶일까. '그것은 인생이 아니야'라는 샘 고든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더 값지고, 고민과 노력이 있기에 그 결실이 더 달콤한 것이겠지.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모든 것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사회의 국민들은 진정한 삶을 찾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안전벨트나 에어백 장착에 대한 정부의 규제라던가, 자선 행위에 대한 생각, 정부의 환경정책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경제 이슈를 다룬다.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어딘가에 폭풍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처럼 작은 경제 정책 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기에 한가지 측면만 바라보다가는 크나큰 대가를 치루게 될 수도 있다. 근시안적으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이 책의 내용 중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은 차이가 있을테니. 하지만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쳐 생각했던 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휴가철 피서지에서 음식을 잔뜩 사서는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나는 이렇게 먹다 지쳐 버릴 정도로 풍족한데

어째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까.

부유한 사람들이 갖다 버린 쓰레기 더미를 뒤져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까.

 

저자는 "분노하는 것은 고통이다"라는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했다.

어떤 현상에 분노하는 것이 내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기에

나는 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 받는 사람들,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은 이들로부터

눈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으면 내 마음은 편안하니까.

 

자연도태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자연 도태에 의해 생물이 진화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 이론을 이렇게도 생각한다.

인류의 1/6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불행에는 장점도 존재하는데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밥을 먹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히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니

대체 이건 무슨 개소린가 싶다.

정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맘이 좋지 않다.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이유.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내도

정작 그들은 받아볼 수 없는 이유.

기아가 악용되는 이유.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

이 책은 아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장 지글러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들은 점차 망각의 제물이 되고, 문제 자체의 존재마저 잊혀버리지."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외면하기에는 이 세상엔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이 상황이 어딘가 정상적이지 않다,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의문을 갖는것이

기아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될 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했다던 이 말에서 희망을 찾아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