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우 선생님이 번역하신 <아이네이스> 서평단에 뽑히다니 실화인가요...?? 장장 7년여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2권 출간. 늘 원문의 정확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읽는 이의 가독성과 운율을 살릴 것을 말씀하시지만 라틴어 연구자로서 겸양의 표현이 아니실지. 첫 문장은 그 유명한 "arma virumque cano(무기와 사내를 노래한다)"로 시작한다. '무기'는 <일리아스>에, '사내'는 <오뒷세이아>에 각 대응함으로써 호메로스와 그의 영광을 소환해낸다. 로마 건국 서사시의 웅장한 출발이다.*출판사 도서 제공
<장엄호텔splendid hotel>은 그 장엄함이 이미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소설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더 이상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은 하나의 세계가 놓여 있다. 나는 이 세계를 떠안듯 상속한다. 이 호텔의 관리자인 나는 호텔이 가장 장엄했던 시기를 홀로 기억하는 역사가인 동시에, 그 호텔이 과거의 영광도 명성도 서서히 잃고 몰락해가는 것을 목격하는 생생한 증인이다. 나는 이 세계에 그야말로 ‘내던져져’ 있다. 그러나 이 서서히 쇠락해가는 세계에 나의 애정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이 세계를 유지, 보수해나간다. 늪지대에 건설된, 값싼 건축 자재로 단지 짧은 순간 그 영광을 누리도록 설계된 호텔. 애초에 쇠락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명에 걸맞게 호텔은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 무너짐의 순간마저 쓸쓸하다. 화려하고 호들갑스러운 실패조차 허용되지 않는다.최진영 소설가의 추천사가 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설이자 감상이 아닐까 한다. <장엄호텔>을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거대한 유비로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한 쪽에는 병든 내가 있고, 다른 쪽에는 허영심과 헛된 꿈으로 가득한 내가 있으며, 나의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찬란한 빛을 잃고 서서히 쇠락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운데에서 이 모든 것을 견디고 고치고 수리하고 기워나가는 내가 있다. 이목을 끄는 사건이 있거나 단숨에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짧고 간결한 문체로 서서히 몰락하는 한 세계를 서술함으로써 특유의 흡입력과 매력을 드러낸다. 멋진 표지 디자인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얇은 소설이니 부담없이 읽어보길 권한다.*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에서 도서 지원을 받았음
이 책의 영어 제목은 'Manage your boss’, 즉 '보스를 관리하라'입니다. 우리말 번역 제목은 '이상한 팀장 밑에서 성공하는 법'이지만, 상사와의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해 다루는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성공하는 법’ 보다는 의사소통 부분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스위스인인 저자가 블로그에 쓴 글을 엮어서 출판했다고 합니다.상사 또는 중간관리자로서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역으로 하급자의 입장에서 ‘상사를 관리’하라는 역발상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처세술적인 조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나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회사생활이라는 상황에 맞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시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부정확하게 지시를 하는 상사와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직원은 굉장히 유능하고 스스로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에게 저자는 역할놀이를 제시합니다. 상사의 입장이 되어 상사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부하 직원인 스스로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말이지요. 이 역할놀이를 통해 해당 직원은 상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직관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Put yourself in her shoes”라는 원칙을 회사 생활에서 실천해보는 방식인 셈입니다.맨 뒤에는 사회초년생에게 하는 10가지 조언도 실려 있어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합니다. 다소 딱딱한 번역투가 느껴지기는 합니다. 특히 성별 구분을 드러내는 용어가 좀 거슬리긴 했습니다. 과연 독일어 원어에서도 ‘아줌마’ 같은 의미의 용어가 있어 저자가 그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일까 싶었습니다. 가볍게 흝어볼만한 책입니다.*책과콩나무 카페에서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