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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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splendid hotel>은 그 장엄함이 이미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소설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더 이상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은 하나의 세계가 놓여 있다. 나는 이 세계를 떠안듯 상속한다. 이 호텔의 관리자인 나는 호텔이 가장 장엄했던 시기를 홀로 기억하는 역사가인 동시에, 그 호텔이 과거의 영광도 명성도 서서히 잃고 몰락해가는 것을 목격하는 생생한 증인이다.

나는 이 세계에 그야말로 ‘내던져져’ 있다. 그러나 이 서서히 쇠락해가는 세계에 나의 애정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이 세계를 유지, 보수해나간다. 늪지대에 건설된, 값싼 건축 자재로 단지 짧은 순간 그 영광을 누리도록 설계된 호텔. 애초에 쇠락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명에 걸맞게 호텔은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 무너짐의 순간마저 쓸쓸하다. 화려하고 호들갑스러운 실패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최진영 소설가의 추천사가 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설이자 감상이 아닐까 한다. <장엄호텔>을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에 대한 거대한 유비로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한 쪽에는 병든 내가 있고, 다른 쪽에는 허영심과 헛된 꿈으로 가득한 내가 있으며, 나의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찬란한 빛을 잃고 서서히 쇠락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운데에서 이 모든 것을 견디고 고치고 수리하고 기워나가는 내가 있다.

이목을 끄는 사건이 있거나 단숨에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짧고 간결한 문체로 서서히 몰락하는 한 세계를 서술함으로써 특유의 흡입력과 매력을 드러낸다. 멋진 표지 디자인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얇은 소설이니 부담없이 읽어보길 권한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에서 도서 지원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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