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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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루할 틈이 없는 소설을 만났다. 짜임새가 독특하고 구성과 발상이 흥미롭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으로 긴장을 유발하거나 먹먹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흥미롭다 느끼는 것일지 생각했다. 아마도 해석과 비평의 여지를 남겨두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고스트 프리퀀시>는 해설 포함 총 160쪽 내외의 얇은 책이다. 소설 세 편과 에세이 한 편, 그리고 해설이 실려 있다. 세 편의 소설이 모두 나름의 방식대로 마음에 들었다. 서술이 거침없다는 표현보다는 발상이 거침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조잡한 문제의식,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라는 의미에서의 거침없음과는 거리가 멀다. 무관한 소재들이 불쑥 등장하여 무질서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일견 정지돈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다.

함께 실린 해설도 소설만큼이나 독자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쌓아올린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해설을 읽으며 소설 이해에 큰 도움을 받았다. 작품을 작품 자체로 독해해낼 줄 알고, 이론을 도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해설이라 좋았다. 특히 단편 <고스트 프리퀀시>를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목소리와 이야기, 낭독, 재현, 기록 그리고 글쓰기. 붙잡는 동시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 그런 것은 어쩌면 ‘유령’으로, 신화와 주술의 영역에서 비로소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의식이나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고 심화해나가길 기대한다. 표현을 다듬고 장식적인 걸 조금 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들이 가끔 있었다. 뭐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전자 시대의 아리아>도 읽어봐야지.

*출판사 도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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