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 산부인과
고다 도모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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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 산부인과>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의료진이 근무하는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MTF(Male To Female) 간호사, 게이 원장, 레즈비언 조산사 등 구성원 전부가 LGBT로 이루어져 있는 ‘오네 산부인과’에 어느 날 ‘스트레이트’인 쓰구오가 의사로 부임하게 되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쓰구오는 잘 나가던 산부인과 의사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병원을 그만두었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오네 산부인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네 산부인과의 구성원 그리고 환자를 만나게 되며 서서히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크게는 쓰구오 개인의 치유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LGBT라는 소재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 각자 나름의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소수자성이 가진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서로의 상처를 드려내보인다 해서 언제나 공감과 연대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고통이 깊을수록 오히려 그러한 고통으로 인해 단절이 심화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각자가 가진 결핍을 인식하고,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데서부터 타인을 향한 연대와 연민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퀴어를 소재로 한 작품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이 소설의 경우 특히 인물 묘사를 하며 ‘게이같다’ 내지는 ‘트렌스젠더 같다’는 고정관념을 나름대로 한 번 비틀어 보여주는 장면들이 눈에 띄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세심한 용어 선택도 눈에 띕니다. ‘성전환수술’이 아닌 ‘성적합수술’ 같은 단어가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련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한국 문학도 앞으로 더욱 더 퀴어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자체도 아름답고 정제된 문장을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독성 좋게 쉽게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문체가 가볍고 유머러스합니다. 다만 일본 특유의 유머나 어투가 번역본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 다소 생소하거나 익숙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회차별로 제작되는 드라마나 시트콤으로 나오면 이 스토리의 장점이 극대화될 것 같아요.

*출판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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